재개발ㆍ재건축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 받은 건설업체 임직원과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관계자들이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시공사 선정에서부터 건축심의, 협력업체 선정, 아파트 분양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검은 돈 잔치’가 벌어졌다. 검찰이 “비리 없는 재개발 재건축은 없었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비리에 쓰인 비용은 고스란히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대검 형사부(부장 이복태)는 올 2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적인 단속을 벌인 결과 127명을 입건해 37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82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달아난 8명을 지명수배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비리 사슬은 복마전을 방불케 했다. 그 동안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장과 조합 임원에게 집중됐던 건설회사의 로비가 일반 조합원들에게까지 번졌다. 조합장과 임원은 브로커가, 일반 조합원들은 ‘아줌마 부대’가 각각 맡았다.
I건설은 서울 성북구 재개발 구역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재개발 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에게 총 22억원을 뿌렸다. H건설과 K기업도 시공사 선정 명목으로 각각 인천 서구, 서울 금천구 재건축 조합장에게 5억여원을 제공했다.
돈을 받은 사람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서울 양천구 도시계획위원으로 있던 S대 김모 교수는 건축심의를 잘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I사로부터 3,200만원 상당의 고급 승용차와 현금 1,000만원을 받았다. 서울시 의원 한모씨는 서울 은평구 재개발 조합장으로 있으면서 공사비를 높여 주는 대가로 철거업체에서 1억2,000만원을 받았다가 덜미를 잡혔다.
아파트 상가를 넘기고 분쟁을 해결해 준다는 명목으로 재개발 조합장 등 3명과 함께 건설회사로부터 현금 10억원과 90억원 짜리 당좌수표 등 총 110억원을 받은 변호사도 있었다.
공사장 식당 운영권을 놓고 브로커가 1억2,000만원을 챙기기도 했으며,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자로 등록하기 위해 7억원의 주식대금을 가장 납입한 업체 대표들과 사채업자들도 대거 기소됐다.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모여 들어 돈 잔치를 벌인 셈이다.
검찰은 “건설회사간 치열한 수주 경쟁과 과도한 홍보비용, 조합 임원의 뇌물 수수 등 각종 비리가 결국 분양가 상승, 부실 공사로 이어져 조합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금품을 제공한 건설회사의 등록이 말소되도록 행정기관에 통보하는 한편, 지속적인 수사를 통해 조합장 등이 받은 돈을 추징할 방침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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