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 모습·추억 갈피마다 녹아있죠"
"이 책을 읽고 잠시나마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들이 편한 마음으로 정신적인 기쁨을 느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이 수필집 '목동의 노래'(가톨릭출판사 발행)를 37년만에 다시 냈다. 어머니 손 잡고 명동성당을 뛰어나니던 어린 시절부터 갓 사제가 됐을 때까지의 추억을 모은 자신의 유일한 수필집으로, 신학생을 대상으로 한 잡지 '가톨릭청년' 등에 실은 글을 모아 1969년 처음 출간했던 책이다.
정 추기경은 3일 서울 명동성당 집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신자들에게 제가 소싯적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재출간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일인칭 대명사 '나'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추기경은 그 이유에 대해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수도 모르는 나의 욕망이 섞일 수 있기 때문에 순수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욕심 때문에 판단이 바르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런 것을 경계하는 겁니다."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모세 이야기를 소개했다. 모세는 이집트 군대의 추격을 받았기 때문에 백성을 이미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광야로 이끌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그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었다는 것이다. "일생 동안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하느님이 정해둔 길을 따라왔다"는 그가 얼마나 하느님을 신뢰하는 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신자들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정 추기경은 주문했다. "욕심에 어두운 눈으로 볼 때는 꼭 필요하고 유익해 보여도 하느님이 보기에는 해로운 것이 많다"며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비우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 욕심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십상이다.
이에 대해 추기경은 "욕심이 들어찬 사람은 다른 사람의 단점만 보려 하고 욕심이 없는 사람은 남의 장점을 보려고 하는데 장점을 보는 사람은 주위를 편하게 하고 그 때문에 그의 곁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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