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부패 캠페인의 사각지대였던 중국 인민해방군에 강한 사정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중국 중앙군사위는 최근 ‘전군 지휘관 경제책임자 회계 공작 영도 소조’를 구성, 대대적인 반 부패 사정 작업을 시작했다고 인민일보가 2일 보도했다.
랴오시롱(寥錫龍) 인민해방군 총후근부(군수부) 부장이 관할하고 총참모부, 총정치부, 총후근부, 총장비부 소속 군인들이 참여하는 이 소조는 내년까지 각군 회계책임자, 지휘관 등을 상대로 부패 심사를 진행한다.
이번에 회계 검열을 받거나 부패 심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장성 100명과 4,000명의 부대지휘관을 포함한 고급장교 등이다. 이중 983명의 지휘관들은 올해 안에 심사를 받게 된다.
230만명의 장병을 거느린 인민해방군의 예산은 2,838억위안(354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번 발표는 회계부정과 문란한 사생활로 왕쇼우예(王守業) 해군 부참모장이 경질된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정의 강도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반 부패 사정의 폭과 깊이에 따라 군 수뇌부의 교체 강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작업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인민해방군 장악과 연관지어 해석하고 있다. 후 주석은 지난해 리센녠(李先念) 전국가주석의 사위인 류야조(劉亞洲) 등 장성 9명이 자신에게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공개 편지를 보내자 매우 분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상하이(上海)방의 정치적 대부로 중_대만 관계를 지휘했던 왕다오한(汪道涵)의 아들 왕즈위앤(汪致沅) 장군이 3월 “중국도 항모를 보유해야 한다”며 미국을 자극한 발언에 대해서도 후 주석은 탐탁치 않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민해방군 내에서는 전직 고위 인사의 자제들인 태자당 출신 장교들 사이에서 반 후 주석 분위기가 강하다. 이런 맥락에서 후 주석은 시범 케이스로 왕쇼우예를 축출시켰다는 얘기도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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