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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피델 카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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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피델 카스트로

입력
2006.08.0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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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군복에 군모, 얼굴을 뒤덮은 무성한 수염에 큼지막한 시가,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적인 연설. 피델 카스트로가 13일로 만 80세가 된다.

영원한 동지 체 게바라와 함께 미국과 결탁한 악랄ㆍ부패ㆍ부정ㆍ무능의 대명사인 바티스타 정권을 무력으로 축출하고 수도 아바나에 입성한 것이 1959년이니 권좌에 앉은 지 어느덧 47년. 그 사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서부터 조지 W 부시까지 미국 대통령만 9명이 바뀌었다.

최근 장출혈 수술로 대통령 권한을 잠시 동생인 국방장관에게 이양하자 미국은 카스트로 사후의 쿠바를 접수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 그러나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 에 실린 그의 권력 이양 선언을 자세히 읽어 보면 총기는 여전한 것 같다. 스물 일곱살 때(53년) 반정부 게릴라전을 벌이다 붙잡혀 15년 형을 선고받자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당신들에게 경고한다. 난 지금 시작일 뿐이다!

당신들 가슴에 조국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사랑, 정의에 대한 사랑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잘 들어라. 나는 이 정권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해 진실을 억압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질식 당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저주하라. 상관없다. 역사는 나에게 무죄를 선고할 테니까.”

■ 쿠바 혁명 자체에 대해서야 어느 역사가 유죄를 선고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후 카스트로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게 된다. 악명 높은 반체제 인사 및 언론 탄압은 공산당 일당 독재 국가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외동딸마저 93년 미국에 망명해 반카스트로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45년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의 철통 같은 금수 조치를 뚫고 완벽한 의료보장ㆍ의무교육 제도, 서구 수준의 유아사망률, 문맹률 2% 등 많은 성취를 이루었다. 특히 91년 소련 및 동구권 붕괴로 ‘사회주의 형제국들’의 각종 지원이 끊기면서 심각한 식량 위기가 닥쳤다.

■ 그러자 아바나 한복판의 건물 옥상에까지 작물을 재배하는 유기농 혁명을 시작해 지금은 식량 자급률을 95%까지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카스트로는 “육식은 일체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미국은 61년 쿠바 침공 이후에도 눈엣가시인 카스트로에 대해 줄기차게 암살을 시도해 왔다.

시가에 폭약을 넣고 밀크셰이크에 독약을 타기까지 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카스트로의 장수는 역시 인명재천인 모양이다. 그의 부탁대로 80세 생일 잔치를 12월 2일 쿠바혁명군 창설 50주년에 치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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