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사퇴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후보 물망에 오르던 지난달 초부터 사회 각계에서는 김 부총리 임명에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정치권에서는 '코드인사'와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이 빗발쳤고, 교육계 등 사회단체에서도 '교육 비전문가의 임용' '부동산 정책 실패에 이은 교육정책 실패 우려'등의 반대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지적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자신과 코드가 맞고 참여정부의 정책골간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작동돼야 할 청와대 인사시스템도 당연히 형식적으로 운용될 수 밖에 없었다.
노 대통령의 인사 원칙에는 변하지 않는 '4불(不) 요소'가 있다. 참여정부의 충성도를 따지는 '코드인사'와 노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이나 의리로 맺어진 '보은인사', 정치권과 사회 각계의 반대여론에도 옳다고 믿으면 그대로 밀어부치는 '오기인사'와 측근들을 돌아가며 요직에 배치하는 '회전문 인사'가 그것이다.
대표적인 코드인사로는 유시민 복지, 이종석 통일부 장관 등이 있고, 보은인사로는 대선자금으로 구속됐다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이상수 노동부 장관과 경북 지역 선거에서 각각 낙선한 추병직 건교부 장관,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등이 꼽힌다.
이중 유시민, 이종석 장관은 여권에서도 반대의견이 많았지만 인사를 강행해 오기인사에도 해당한다. 또 문재인 전 수석을 포함, 이호철 윤태영 천호선 비서관 등 핵심측근들을 계속 중용하는 것은 회전문인사에 속한다.
김 부총리의 경우 이런 '4불 요소'가 모두 포함돼 있다. 최측근 실세에다 정책실장에서 곧바로 자리를 옮겼으며 반대 여론에도 임용했다. 또 총리 물망에 올랐다가 막판에 뒤집어진 부분도 이번 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청와대는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 임을 늘 앞세운다. 다른 곳에서 간섭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방적 사고에 따라 많은 각료들이 조기 하차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한 여당 의원은 "인사문제에서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하거나 민심을 직언하는 참모가 두루 배치돼야 더 이상의 실수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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