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논란의 해소를 위해 총리에게 부여된 모든 권한(해임건의안)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김석환 총리실 공보수석의 발표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에 가급적 말을 아끼던 한 총리가 김병준 부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하지만 한 총리의 확고한 행보는 결과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당정청의 원만한 중재자로서는 물론, 일부의 회의적 시각을 깨끗이 해소하며 책임총리로서 입지까지 다지게 된 셈이다.
김 부총리의 퇴진만이 사태 해결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사실은 당정청이 모두 공감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사퇴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그 방법이 문제였다. 이때 한 총리가 ‘해임건의안’이라는 칼을 빼내 들어 물꼬를 튼 것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미 방향이 결정된 상황에서 한 총리는 최대한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총리가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당정청 모두의 의견수렴을 통해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사태가 불거진 이후 김근태 의장 등 여당 수뇌부와 줄곧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과천 공무원교육원에서 가진 장관 워크숍에서 김 부총리를 따로 만나 그의 해명을 충분히 들었다. 31일에는 노 대통령과 오찬을 하면서 김 부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고, 이날 저녁 여권 수뇌부 모임을 열어 방법을 최종 조율했다.
한 총리는 김 부총리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한 총리는 결단의 시점을 1일 국회 청문회 이후로 미뤄 김 부총리에게 충분히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청문회 이후에도 김 부총리가 사퇴거부 의사를 굽히지 않자 한 총리는 결단을 미룬 채 그를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당정청의 가교로서 이번 일에서 보여준 한 부총리의 역량이 경기 대책 등 가뜩이나 산적한 당정청 간의 정책 난기류까지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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