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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협박과 고집은 '출총제' 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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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협박과 고집은 '출총제' 해법이 아니다

입력
2006.08.02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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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총액제한 제도의 개폐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순환출자 규제 공방으로 번지면서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고 아전인수식 해법이 난무하니 딱한 일이다.

정치권은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거래의 수단으로, 재계는 정책 변화를 이끌어내는 협박과 엄살의 무기로, 정부는 교과서적 시장규율을 강제하는 지렛대로 사안에 접근하며 '마이 웨이'만 외치고 있을 따름이다. 제도의 배경과 역사, 순기능과 역기능, 새 규칙의 필요성과 역할 등에 대한 생산적 논의는 오간 데 없고 물정 모르는 소리만 소란한 형국이다.

당사자들은 이해에 따라 복잡하게 얘기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해 5년 전 다시 도입된 출총제는 경영환경과 시장여건이 크게 성숙한 지금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

그러나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왜곡과 폐해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상호출자 금지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순환출자로 가공(架空)자본을 늘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한 까닭이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해답은 분명하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기업의 투자의욕과 경영 안정성을 강화하면서 편법적 황제경영의 탈법적 행태를 막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저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국내외 사례와 원칙을 들이대며 고집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심하고 사려 깊은 논의가 필요하고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이는 관용과 인내가 요구되는 것이다.

재계가 출총제 완전폐지를 요구하려면 이 규제로 인해 어떤 출자와 투자를 못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한국식 순환출자의 불가피성과 소유지배 괴리 심화의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 정부 역시 순환출자 규제를 강화하려면 이로 인한 기업의 부담과 단계적 해소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도 정책 변화의 실효성과 파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듯 공약을 남발해선 안 된다. 정부가 4일 출총제 대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중구난방 떠들 때가 아니라 숙고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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