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최고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80) 국가평의회 의장이 47년째 붙잡고 있는 권력을 놓을까.
카스트로 의장은 31일 카를로스 발렌시아가 비서실장이 국영TV를 통해 대신 발표한 서한에서 “국가원수 권한을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75) 국방장관에게 임시로 위임했다”고 밝혔다. 쿠바 권력 2인자인 라울은 진작부터 카스트로 유고 시 후계자로 꼽혀왔다.
서한은 “최근 잇따른 공식 업무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 출혈 수술을 위해 몇 주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3일 80회 생일을 맞는 카스트로는 생일 축하행사를 쿠바혁명군 창설 50주년인 12월2일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카스트로는 1959년 쿠바 공산혁명으로 권좌에 오른 뒤 세계 지도자 가운데 52년부터 재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다음으로 최장기 집권하고 있다. 미 백악관 피터 와킨스 대변인은 “카스트로의 건강에 대해서는 추측할 수 없지만 우리는 쿠바가 민주화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앞서 카스트로는 지난달 27일 쿠바 공산혁명 기념식에서 “100세에는 현직을 떠날 생각이니 미국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스트로는 2004년 가을 오른쪽 어깨와 왼쪽 무릎을 다친 뒤 끊임없이 건강이상설이 제기돼 왔다.
카스트로의 건강이상설에 따라 미국은 ‘포스트 카스트로’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대비는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쿠바 출신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자유쿠바 지원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위원회는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탄생했다. 카스트로가 사망하거나 권좌에서 밀려날 경우 쿠바가 민주화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위원회는 카스트로 의장 사후 6개월이 쿠바 민주주의 정착의 고비라고 판단, 권력 이양 시작 2주 이내에 미국이 법률 전문가 등 민주선거를 위한 기술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쿠바 민주화 추진기금으로 8,000만달러를 승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쿠바인들이 쿠바를 억압적 통치에서 자유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 기금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바 정부는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