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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삼성생명 정덕화 감독 "프로 10년만에 우승…백수생활 내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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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삼성생명 정덕화 감독 "프로 10년만에 우승…백수생활 내공입니다"

입력
2006.08.0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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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삼성생명의 정덕화(43) 감독에겐 축하 악수조차 건네기 쉽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여자농구단 숙소에서 만난 정덕화 감독의 오른손은 깁스를 한 상태였다.

# LG코치 직후 실업자 경험 보약… "이번 우승 못잊어"

26일 국민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거의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분함 때문에 애꿎은 화이트보드에 날린 펀치 한방. 뼈가 부러져 나간 오른 주먹은 다행히도 프로 지도자 생활 10년 만에 얻은 첫 우승을 상징하는 ‘영광의 훈장‘이 됐다.

“이번에 졌으면 평생 한이 됐을 것”

차분한 성격을 가졌을 것 같은 이미지와 달리 정덕화 감독은 “저, 성격 급해요”란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주먹도 쓰던 사람이 써야 하더라구요. 어설프게 휘둘렀더니만….”

이미 깁스의 사연은 알려진 상태다. 2승1패로 우승문턱에서 벌인 4차전. 3쿼터 초반 20점 차로 뒤졌던 삼성생명은 무서운 기세로 몰아 부쳐 동점을 만들었지만 경기 막판 베테랑 박정은의 어이없는 실수로 4차전을 내줘야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정 감독은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주먹을 휘둘렀고, 공개적으로 “박정은이 경기를 망쳤다”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해 계산된 행동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정 감독은 “너무 화가 치밀어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다만 “병원에서 1시간 정도 치료 받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상처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볼 생각도 들긴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2승2패로 맞선 28일 5차전. 정 감독은 경기전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어차피 주먹의 상처가 왜 생겼는지는 선수들이 다 알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좋은 일이 생기려고 하는 것 같다. 액땜은 이 걸로 끝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으니 잘 해보자’고 했습니다.”

2승 뒤 2연패. 분위기상 밀릴 수 있었던 5차전에서 삼성생명 선수들은 승리했다. 정 감독은 “너무나 힘들게 우승했다. 다음에 또 우승하더라도 이번만큼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 그동안 이력서 많이 썼어요”

정 감독은 인터뷰 내내 ‘굴곡’이란 말을 썼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두 가지 목표가 있었어요. 하나는 팀을 우승시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구단과 재계약하는 거였죠.”

지난 5월 삼성생명과 2년간 재계약한 정 감독은 여름리그 우승으로 목표를 다 이뤘다. 하지만 이전까지 정덕화 감독에겐 ‘비운의 지도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93년 대전고 감독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성균관대, LG세이커스, 현대 하이페리온, 안양 SBS를 거쳐 지난 2004년 5월 삼성생명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정상에 올려놓은 것은 대전고가 유일했다.

맡는 팀마다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번번이 우승문턱에서 주저앉은 탓에 단 한번도 재계약하지 못했고, 팀을 옮기는 중간중간 ‘실업자 생활’도 해야 했다.

“LG 코치 그만두고 11개월 동안 쉴 때 어려움이 많았죠. 집사는 데 돈을 쏟아 부었던 상태라 금전적으로도 힘들었고. 그 때 공부를 많이 했죠.”

과연 무슨 공부를 했을까. 영어공부였다. “새벽부터 영어 청취반 수업을 듣고, 도서관에서 숙제를 했어요. 공부도 하고 좋긴 했는데 농구 시즌이 되니까 집중이 안됐죠.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건지 답답했고. 도서관에서 1시간 넘도록 창 밖만 쳐다본 일도 있어요.”

혹독했던 2001년의 겨울이 지나자 정덕화 감독은 여자 프로팀 현대의 부름을 받아 코트에 복귀했다. “힘들었지만 유익했죠. 삼성생명 맡고 나서도 부상 선수들 때문에 바람 잘 날 없었는데 ‘백수생활’ 하면서 내공을 쌓았던 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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