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시간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주환 박사의 뉴스 속의 과학] 시간차

입력
2006.08.01 00:00
0 0

1997년 10월 15일 발사한 카시니-휴이겐스(Cassini-Huygens) 우주 탐사선은, 7년간의 긴긴 항해 끝에 2004년 7월 1일 드디어 토성에 도착했다. 전세계의 과학자들은 이제 이 탐사선이 보내올 계측 데이터와 영상을 받을 기대에 부풀었다. 이제 남은 일은 지상의 관제소에서 카시니에게 관측하고 싶은 지점으로 방향을 돌려 탐사를 시작하라고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되었다. 예기치 못한 토성의 기상상황을 고려하고 위성이 도착한 장소의 오차를 조정하면서 정밀한 탐사 데이터를 받으면 된다.

일반인들은 이렇게 상상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지상 관제소에 모여 컴퓨터를 두드리며 위성의 위치와 각종 계측장비들을 조정하고 그때그때 날아오는 데이터를 분석한다.

사실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실제로 카시니가 토성에 도착한 직후 토성의 영상을 받아본 헌터(Hunter) 박사는 기괴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침울해 했다. 자신이 개발에 참여했던 지향장치(Pointing Device)의 고장으로 쓸모없는 데이터가 온 때문이었다. 이 오류를 수정하는 데에 꼬박 1주일이 걸렸다.

지구에서 위성과 교신하는 데에는 전파를 사용한다. 전파는 빛의 속도로 이동해서 우리가 지구에서 느끼는 바로는 전파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 시간차는 전혀 없다. 지구와 토성 사이에는 다른 줄거리가 쓰여진다. 지구와 토성의 거리는 12억~15억㎞다. 따라서 지구에서 보낸 전파가 카시니에 도달하려면 68~84분이 걸린다.

지령을 받은 카시니가 응답을 보내려면 또 다시 같은 시간이 걸린다. 왕복 2~3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이 시간 사이에 위성은 또 환경에 따라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응답을 받아볼 때 즈음이면 이미 먼저 내린 수정명령은 엉터리가 되고 만다. 놀고 있는 학생에게 공부하라고 했더니 실컷 놀고 나서 “예 알았어요” 하기에 시계를 보니 이미 잠잘 시간이라는 것이다.

결국 카시니가 초기에 보내온 데이터는 과학적 의미가 없는 예쁜 사진이 되고 말았다. 어렵게 어렵게 자세수정을 하기는 했지만 그 이전에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차가 큰 대상과 의미있는 교신을 하려면, 대상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나마 카시니가 토성에 도착이라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계획 당시에 수정과 검토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3시간 후, 한달 후, 1년 후, 7년 후를 미리 예측해 놓은 덕분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메시지를 날린다. 그 중 또 많은 메시지가 긴 시간차를 두고 되돌아 오는 것 같다. 학교에 입학하는 메시지를 날리면, 3년 또는 6년의 시간 후에 졸업장의 응답이 되돌아온다. 회사에 입사해서는 길게는 30년 후에야 명예퇴직 또는 정년퇴직의 응답이 날아온다.

오늘 내가 선택해서 보내는 메시지가 몇 년 후에야 나에게 응답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느낄수록 하는 말, 행동을 조심해야 함을 느낀다. 이 칼럼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됐다. 그 1년간의 메시지가 시간차를 두고 어떻게 돌아올 지 궁금해진다. 그 동안 글을 쓰며 능력의 부족으로 멀리보기에 소홀했던 점을 사죄드린다는 말로 글을 마친다.

김주환 연세대 토목공학과 연구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