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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미 FTA가 집안경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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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미 FTA가 집안경제인가

입력
2006.07.3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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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집안 정리를 하였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집안 정리이지만 사실은 물품 정리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같은 물건은 한 자리에 모아두고 못 쓰게 된 것은 버리는 작업을 하고 나자 그 동안 얼마나 허실이 많은 살림을 살았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이처럼 작은 집안경제도 정확한 내용 파악과 계획성 있는 살림살이가 필요한 법인데 하물며 한 국가의 경제야 정확한 파악과 예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 내용 없이 찬반양론만 거세

요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거세다. 처음에는 그대로 협정이 체결되는 방향이 대세인 듯하더니 이후 거센 반대여론과 함께 많은 의문 제기가 있었고, 또 이에 대한 정부측 답변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경제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반대론자의 논거와 같이 우리보다 먼저 협정을 체결한 국가 중 하나인 멕시코의 경우 협정 체결로 인하여 사회 양극화가 심화된 것인지, 아니면 이와는 정반대로 멕시코 경제의 위기대응능력이 오히려 강화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나름대로 알고 있는 경제학적 지식에 의하면 필요한 물품에 대한 합리적인 자유무역을 통해 당사국들은 상호간에 경제적 상승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협정이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면 한미 양국에 모두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최선의 협정이 될 것인지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관련 보도 내용 등을 살펴보았지만, 도무지 이 협정이 향후 미국 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의 각 분야별로 미칠 영향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대외비로 부쳐야 할 사안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협정이 체결되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우리 국민들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제대로 내용을 알 길이 없고 이럴 것이다 혹은 저럴 것이다 하는 식의 정보들에 우왕좌왕하여야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개인적인 집안 물품 정리와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차원의 국가 중대사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더라도, 어느 분야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개방하느냐에 따라 경제 분야별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내일 일을 완벽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이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각 분야별 통상 자료에 근거하여 주요 대상물품별로 협정 체결 이후 예상되는 시장가격 변동 폭과 변동가격에 따른 수요공급물량 내지 공급원의 변동에 대한 예상수치가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예상을 가지고 협상안을 적어도 4차 안까지 만들어서 우리의 각 분야별 최소 양허내용과 최대 양허내용 및 우리가 상대방으로부터 양허받을 수 있는 협상의 최대치와 최소치 목표가 구체적으로 수립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러한 예상을 함에 있어 현재의 경제수치는 그다지 좋지 않더라도 바뀐 환경에서 적응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분야와 그와 반대되는 분야에 대한 분석도 반드시 병행되었어야 할 것이다.

● 협상 구체 방안ㆍ목표 설정부터

지금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분들의 논거는 여럿이지만, 궁극적으로 국민들이 의문을 가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협상의 구체적 방안과 목표가 확실하게 설정되어 있는지 여부라고 생각된다.

작은 집안경제도 정확한 현황 파악과 예측으로 인해 상당한 경제적 향상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하물며 한 국가의 경제를 좌우할 협정을 체결하려는 시점에서 철저한 준비를 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비단 한미간 협정만이 문제가 아니다.

과연 우리가 중요한 국제협상을 해오면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또 각종 협정 체결의 결과를 종합하여 협정 체결 전에 예측한 자료들의 정확성을 재검토하는 작업은 얼마나 잘 이행되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때이다.

최윤희ㆍ건국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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