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되짚게 되는 장면은 7월18일에 있었던 국회 인사청문회다.
그날 여야 의원 17명은 7시간에 걸쳐 김 부총리 내정자를 청문했다. 그런데 그날 논문 얘기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학자의 과거를 검증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논문'을 의원들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던 걸까.
그날 청문회에 참석했던 몇 의원들에게 물어봤다. "그것까지 검토할 시간은 없었을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의원 보좌관의 추가 설명이다. "의원 별로 2명의 보좌관이 2,3일간 청문회를 준비하는 게 고작이다. 병역, 재산 등 확인하기 쉬운 자료를 훑고, 후보자의 과거 이념, 현안에 대한 견해를 확인하면 끝이다."
그날 속기록을 들여다보니 실제로 그랬다. 의원들은 김 부총리의 병적 기록표, 딸의 외국어고 입학 문제 등 똑같은 내용을 표현만 바꿔 가며 질문했다. 몇몇 여당 의원들은 김 내정자 보호에 더 신경을 썼다. "당시 로비할 가정형편이 아니었죠?"(유기홍 의원), "충분한 능력이 된다고 판단합니다"(정봉주 의원).
TV 카메라를 의식한 야당 의원들은 큰 목소리로 정치공세만 해댔다. "5ㆍ31선거가 경제정책 심판이라는 데 동의하나?"(이군현 의원), "코드인사라는데 사임하면 대통령 부담 덜어주는 것 아니냐?"(김영숙 의원)
그날 한 의원은 미안했던지 이런 말을 속기록에 남겨 놓았다. "미국에선 인사청문회가 (장관) 지명자들의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샅샅이 파헤친다. (우리도) 그런 청문회가 됐으면 한다."
청문회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문제가 터져 나와 2차 청문회 개최가 추진되는 상황을 보면서 '날림 청문회'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절감하게 된다.
이동훈 정치부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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