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그룹 회장과 세무 당국과의 10년 숨바꼭질이 이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 김성수 판사는 31일 이 회장이 서울중부세무서를 상대로 낸 양도세 부과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 판사는 “구 세법상 신주인수권 양도소득은 과세 대상이 아니므로 법 개정 후 바뀐 규정을 확대 해석해 재벌 총수에게 과세한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이 회장은 3억원 짜리 신주인수권을 매각해 177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세금을 한 푼도 안내게 됐다. 법조계는 “법망을 피해간 완벽한 재테크”라고 평가했다.
CJ(당시 제일제당)는 1997년 3월 25일 이사회를 열어 액면가 1억원짜리 신주인수권부사채(BW) 500장을 발행했고 일신창투와 한벽창투는 당일 BW 전량을 인수했다. 당시 재벌들이 BW와 전환사채(CB)의 편법 발행으로 지분을 늘리자 정부는 같은해 4월 1일부터 규제에 들어갔다. CJ의 BW 발행은 규제 강화 6일 전에 이뤄졌다.
그러나 발행된 BW의 70% 가량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부사장이던 이 회장 측에 넘어갔다. 이 BW 인수로 이 회장은 CJ 지분의 12.97%를 확보, 최대 주주가 된다. 이 회장은 사들인 BW 중 신주인수권 50장을 99년 12월 20~24일 D증권 등 4개 회사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총 180억원으로 세무 당국이 파악한 양도 차익은 177억원에 달했다. 2년 만에 3억원 짜리 신주인수권으로 60배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BW발행 때처럼 신주인수권 매각 시점 역시 절묘했다. 당시 소득세법 상 신주인수권이 양도세 부과대상인지 논란이 일자 세무당국은 시행령을 개정해 2000년 1월부터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에는 시행령이 발효되기 7일전 신주인수권을 매각한 것이다.
허를 찔린 세무당국은 2004년 9월 BW 매각 차익도 양도세 부과대상이라며 뒤늦게 42억여원을 과세했다. 그러나 법원은“구 소득세법에 따르면 신주인수권은 과세 대상이 아니었다”며 이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CJ측은 이상한 BW 발행과 매각 경위에 대해 “오래 전 일인데다 이 회장의 재테크에 관한 것이어서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02년 CJ엔터테인먼트의 BW를 편법으로 저가 인수해 1,000억원대 평가차익을 얻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이를 전량 소각하고, 2003년에는 96년 에버랜드 CB를 CJ로부터 헐값에 산 사실이 드러나자 인수 가격에 되팔았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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