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트 레비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 담당 차관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에 따른 대응조치와 관련,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해제했던 북한 경제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레비 차관은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어떤 수단을 동원해야 할지 숙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북한 제재가 복원될 경우, 북한과의 상품 및 원료 교역이 규제를 받게 되며 북한 산업에 대한 투자나 북한인에 의한 대미 자산 투자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 미국인의 북한 송금과 북한 여행, 미국 선박ㆍ항공기의 북한 입국 및 북한으로부터의 선적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2000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때 이 같은 경제제재를 해제했다.
레비 차관은 또 “북한 지도층이 전 세계 은행들에 ‘상당한 양의’비자금을 숨겨놓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미국은 금융기관들에게 북한 관련 계좌를 방치하는데 따르는 위험을 주의 깊게 따져보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시중은행인 중국은행(BOC)이 마카오 지점에 있는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에 환영의 뜻을 밝혔으나, 마카오 카지노업계를 이용한 북한의 돈세탁 가능성을 우려했다.
레비 차관은 자신이 한국 정부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의 중단을 요청했다는 보도를 부인한 뒤 “그 두 사업이 북한 정권의 불법행위를 조장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경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제재 등과 관련, 북핵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30일 “미국은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 특사로 필리핀을 방문 중인 힐 차관보는 “북한인들은 스스로 고립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들이 고립되기를 원한다면 기꺼이 고립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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