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래마을 영아 시신 유기사건의 해법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유전자(DNA) 분석 결과 집주인인 프랑스인 C(40)씨가 영아 2명의 아버지로 밝혀졌지만, 산모는 베일에 싸여 있고 유력한 용의자들의 혐의점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아버지가 밝혀져 고지가 바로 눈앞인 듯 한데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 比가정부 소환 혐의점 못찾아
집주인 C씨 왜 신고
23일 영아 시신을 발견한 C씨가 과연 ‘부자 관계’를 알면서도 신고했는지 여부가 가장 큰 의문이다. 경찰은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영아들의 아버지라면 용의자로 몰릴 게 뻔한 데 경찰에 신고했겠느냐는 시각이다. 경찰은 ▦C씨가 최초 신고자라는 점 ▦경찰 조사에 성실히 응한 점 ▦친부를 확인하는 DNA 조사에 선뜻 동의한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30일 “C씨는 냉동고에 사체가 유기된 사실조차 몰랐다”며 “누군가 C씨의 아이를 가진 뒤 몰래 냉동고에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C씨가 일단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의 신분인 점 등을 이용, 프랑스로 영원히 떠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C씨는 26일 출국했다.
# 숨진아기의 산모는 누구… 아빠는 모르고 신고했나
산모는 누구인가
C씨 집에서 미세한 혈흔이 발견된 점에서 산모가 영아들을 직접 살해, 유기했거나 직접적인 범행에는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범행 전과정을 지켜봤을 개연성이 크다. 이처럼 C씨와의 공모 여부를 떠나 산모는 사건의 핵심 열쇠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1차 분석 결과 탯줄과 시신을 감싼 수건에 묻어 있던 소량의 모발에서 채취한 DNA의 상태가 좋지 않아 산모의 실체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이 29일 조사한 필리핀 가정부 L씨(49)에게서 특이점을 밝혀내지 못한 점도 수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C씨 집 열쇠를 가지고 있어 용의선상에 올랐던 L씨는 “2004년 봄부터 일을 해왔지만 일주일에 한번 꼴로 들러 청소만 했으며 영아들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경찰 수사는 제자리
일단 이번 주말께 L씨와 추가 의뢰한 탯줄의 DNA 감식 결과가 나오면 산모의 정체와 쌍둥이 여부 등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그러나 핵심 관련자인 C씨와 친구인 프랑스인 P(48)씨 등이 해외 체류 중이어서 전모를 밝히는 데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C씨의 출국을 수수방관하는 등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경찰은 프랑스 현지 대사관 등을 통해 C씨를 간접 조사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으나 강제할 수단이 없는 상태다. 만약 C씨가 잠적 혹은 입국을 거부하거나, L씨의 DNA 분석결과 사건에 연루된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사건 자체가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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