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수해 복구 지원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재계 서열대로 수재의연금만 내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임직원이 현장까지 방문, 실질적 도움이 될 만한 일들을 온 몸으로 펴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사후 약방문식 주먹구구 지원 체계도 점차 미리 미리 필요한 곳에 자원과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기업 시스템을 닮아가고 있다. 단순한 금전 지원에서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수해 복구 지원 활동은 수해 발생 이전부터 시작돼 눈길을 끌었다. 15일 강원지역에 폭우가 시작되자 지난해부터 미리 준비해 둔 구호품 컨테이너 차량을 해당 지역으로 이동시킨 것. 이에 따라 삼성은 수해 발생과 거의 동시에 이재민들에게 구호품을 나눠줄 수 있었다.
삼성이 19일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집중 호우로 인한 수해복구 지원책을 내 놓을 수 있었던 것도 지난해 대한적십자사와 체결한 긴급재난재해통합구호시스템의 덕이 컸다. 대한적십사자사의 현장 조사 결과, 생수 라면 부탄가스 등이 가장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삼성은 이튿날 이러한 물품을 헬기에 실어 곧바로 수해 현장으로 보낼 수 있었다. 황정은 삼섬사회봉사단 부장은 “예전 같으면 선발대를 보내 현장 상황을 조사한 뒤 구호품과 자원봉사단을 보내야 해 2~3일의 준비기간이 필요했고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막막했다”며 “협약을 맺은 뒤 신속하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도 30억원의 성금 기탁과 이외에 ‘준비된’ 수해복구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1월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재난구호 전문봉사단을 발족한 현대ㆍ기아차는 이번 수해기간 400명의 봉사단을 현장에 급파, 조직적인 구호 활동을 펼쳤다. 또 자동차 회사라는 특성을 활용, 5톤 화물차를 개조해 제작한 이동식 세탁구호 차량 2대를 현장에 투입하고 구급차도 운영, 현장 응급조치와 병원 후송 등을 책임졌다.
LG그룹은 30억원의 성금 외에 김쌍수 LG전자 부회장과 장석춘 LG전자 노조위원장 등 노경(勞經)이 복구 작업에 참여, 주목을 받았다. LG전자는 연인원 1,500여명이 수해 복구 작업을 벌였다. SK그룹은 25억원의 성금과 하루 200명 이상의 임직원 자원봉사단을 동원, 토사 제거작업과 집기 정리작업을 폈다. 또 SK텔레콤은 수해지역 주민들이 사용한 휴대폰 요금을 감면해 주고 임대폰 3,500대를 지원했다.
이와 함께 강원도 인제, 평창 등 수해지역에 위성 이동기지국 차량을 급파했다. 위성 이동기지국 차량은 무궁화 2호 위성과 신호를 주고 받으며 집중호우로 유선 전송로가 유실된 지역에서도 휴대폰 통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실 평상시에도 사회공헌 및 자원봉사 활동에 열중인 기업들이 재난ㆍ재해시 적극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그룹별로 따로따로 지원에 나서기 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이를 통합해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