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요즘 비행기 조종술을 배운다고 했다. 나한테도 권하기에 자동차 운전도 할 줄 모른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했다. "정말요?!" 정말인 것 같았다. 하긴 달리기를 할 줄 몰라도 독수리는 얼마나 잘만 나는가! 멋지다! 자동차 운전기술을 거치지 않고도 비행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오직 그 한 이유로 나는 솔깃했다.
하지만 나는 공간감각도 반사신경도 젬병인 데다 동체시력은커녕 정체시력도 꽝이고, 기계치다. 그는 비행기술을 완벽히 익힌 다음 북극으로 날아갈 거라고 했다.
경비행기를 모는 게 취미인 한 친구가 있다. 두 다리가 다 불편한 사람이다. 그는 자동차 운전을 잘한다. 이따금 자동차를 몰고 경기도 어딘가에 달려가 하늘을 날고 온다. 그가 부잣집 아들이어서 다행이다.
그를 안 지 10년 돼 가는데, 이삼 년 격조하다 얼마 전 한 친구네 문상 자리에서 만났다. 천성이 밝고 자신만만한 다혈질이었는데 세월의 여파인지 우수가 드리워졌다. 살도 좀 찐 듯했다. 전에는 알깍쟁이였는데, 이제는 친구들에게 자꾸 무엇이든 사주고 싶어 한다.
비나스의 '판타지아 오리지널'을 듣고 있으니, 구름 위를 나는 그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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