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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이 라이프'/ 밑바닥 인생, 인생 역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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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이 라이프'/ 밑바닥 인생, 인생 역전을 꿈꾼다

입력
2006.07.2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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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난과 외모지상주의 사이를 외줄 타듯 헤쳐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을 연극적으로 표현한다면? 때로는 환상속의 공간에서, 때로는 음침한 밀실에서.

노트북 컴퓨터, 홈쇼핑, 리모콘과 휴대폰, 익숙한 TV 프로와 싸이월드…. 극단 떼아트로 노리의 ‘Her Room’에는 관습적 의미의 사건이란 없다. 사소한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반복적 에피소드들을 변주해 가는 미니멀리즘적 기법이 전면에 대두한다. 이 시대 독신 여성들의 은밀하면서도 나른한 풍경들이 제시된다.

1시간 10분의 상연 가운데, 미리 제작한 영상물 세 토막이 TV 모니터로 제시된다. 배우는 철제로 만든 실제 공간과 모니터 속의 공간을 오가며 연기한다. TV속의 상황과 실재와 비실재가 긴밀히 연관돼 펼쳐지는 또 하나의 현실, 즉 그녀의 일상이 객석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난해 9월부터 작업을 시작해 방을 상징하는 6개의 철제 구조물을 이리저리 옮겨 비교하면서 완성해 온 독특한 연극이다.

출연을 겸하는 연출자 이항나 씨는 “미술관이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배우가 하나의 거대한 화폭에서 펼치는 새 형식의 드라마로 봐주었으면 한다”며 “휴대폰으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시대, 연극도 진화해야 한다”고 발했다. 80여개의 회전의자를 준비해 관객들이 보고 싶은 데로 몸을 돌려가며 관람할 수 있게 한 점도 특색. 장도영 출연. 8월 8~27일 아르코 미술관 제2 전시관. 화~금 오후 8시, 토ㆍ일 6시 8시. (02)762-0010

예지림의 ‘하이 라이프’는 은행 강도, 절도범, 살인범, 사기꾼 등 네 명의 아웃사이더가 벌이는 모의의 현장을 보여준다. 이 지독한 모르핀 중독자들이 상류 인생(high life)을 꿈꾸며 공연 내내 펼치는 노골적인 대사에 객석은 감염된다. 거기에 마약 투여 장면까지, 극은 밑바닥 인생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캐나다의 인기 극작가 리 맥두걸의 이 작품은 구미 연극계의 현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이다. 박광정 민복기 등 각자의 극단을 갖고 있는 인기 연출가 둘이 공동 작업으로 만든 무대라는 점도 호기심에 값한다. 이남희 유연수 조영진 정해균 등 독특한 색채의 네 배우가 모였다는 점도 화제다. 페미니즘의 홍수속에서 거세된 남성상이 득세하는 요즘, 적나라한 대사와 거칠 것 없는 폭력으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8월 11~9월 17일 한양레퍼토리씨어터. 화~금 오후 8시, 토ㆍ일 4시 30분 7시 30분, 월 쉼. (02)762-0810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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