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궤멸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한지 28일로 17일째를 맞았지만 양측의 충돌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 전쟁의 도화선이 불붙으면서 전장이 전세계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쟁이 국제전으로 확대될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헤즈볼라를 배후에서 후원하는 이란과 시리아가 전면에 나서 이스라엘과의 전투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동 전역으로 시오니즘에 대항하는 이슬람 지하드(성전)로 확대될 수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국경 20㎞ 의 리타니강(江)까지 진격했던 1978년이나 베이루트를 침공한 82년 상황처럼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규모 침공은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쟁은 장기화할까
장기화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승리 선언으로 전쟁을 끝내는 식의 해결도 가능하다.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 국경지대에서 헤즈볼라를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선언한 뒤 공격을 중단하거나 강도를 낮추고,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을 중단함으로써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헤즈볼라에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 귀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외교적 해결 방법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를 다룬 200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559호에 따른 외교적 해결 방안이 있지만, 당시 레바논 정부와 헤즈볼라가 안보리 결의를 이행키로 동의했음에도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미뤄 기대하기 힘들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국제사회의 휴전 중재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안보리 결의를 통해 이를 확인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유엔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평화유지군 파견 등의 방안을 내놓으며 ‘선휴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로 로마회의도 결렬되는 등 외교적 해법은 수월치 않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궤멸'이라는 전쟁 목표를 완수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헤즈볼라 군사조직은 오합지졸이 아니다. 이스라엘도 헤즈볼라의 전투력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헤즈볼라의 군사력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잘 훈련받은 전사와 화력을 보유해 정규군 이상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내 헤즈볼라 거점에 공중폭격을 퍼부어 막대한 타격을 입혔으나 정치ㆍ종교적 신념에 기반한 헤즈볼라의 정신력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스라엘이 국내외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레바논 민간인과 기간시설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는 데는 레바논 정부가 나서서 헤즈볼라에 재갈을 물리도록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술은 먹혀들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는 온건 이슬람 시아파 정치세력과 연합전선을 구축, 레바논 내 정치ㆍ사회에 든든한 지지 세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