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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일본의 발명과 근대' 젊은 학자들의 근대일본 정체성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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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일본의 발명과 근대' 젊은 학자들의 근대일본 정체성 탐구

입력
2006.07.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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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발명과 근대/ 윤상인ㆍ박규태 엮음/ 이산 발행ㆍ1만8,000원

“문학 기술 상업 공업의 모든 분야를 훑어보아도 어느 것 하나 서양인들보다 나은 것이 없다.”

일본 근대화의 아버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의 ‘문명론의 개략’(1875)에 나오는 이 구절은 당시 일본 지식인들이 갖고 있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한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부국강병을 구호로 내걸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서양 근대 과학의 수용과 보급에 적극 나선다. 그 결과 서양보다 늦게 근대화의 길에 들어섰지만, 국민과 국가 만들기에 있어서는 그다지 뒤지지 않고 조숙한 근대국민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근대국가 형성기 일본의 학문과 예술과 이념을 살핀 젊은 학자들의 일본 비평서다. 주제가 다른 10편의 논문이 일본에서 서양의 근대 학문과 사상, 예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수용ㆍ변용ㆍ내면화하는 지를 추적하고 일본의 정체성을 고찰한다. 논문 가운데 특히 허우성 경희대 교수의 ‘기억간의 전쟁 : 내셔널리즘의 충돌’은, 원효의 불교사상을 통해 내셔널리즘의 본질을 해석한 특이한 글이다.

그는 내셔널리즘이 한편으로는 만들어진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원효는, 사람은 누구나 남과 나를 구별하고 나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본성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확장하면 민족이나 국가를 형성할 때 자기 민족 혹은 국가의 우월성을 추구하는 내셔널리즘이 된다는 것이다. 사회과학계가 간과한 내셔널리즘의 심정적 측면을 짚어낸 것이다.

필자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등 일본 극우 집단이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해신’ 등의 자가당착에 대해서도 꼬집는다. 이순신의 불멸성은 곧 한국 내셔널리즘의 불멸성인데 이는 곧 중국, 일본 내셔널리즘의 불멸성을 함께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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