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의 꿈 가득한 '짝퉁 궁전'의 세계
진짜를 흉내낸 어설픈 가짜의 세계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우리 주변의 건축물에는 그런 게 참 많다. 대도시 근교 경치 좋은 곳마다 널린 모텔들은 유럽의 옛성처럼 보이게 치장하거나 지붕과 창문, 벽과 기둥을 서양 건축의 여러 양식으로 짜깁기해서 국적불명의 허세를 부린다.
그런 건물마다 나폴리, 로마, 베니스, 캐슬, 팰리스 따위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이름을 달고 있다. 문화적 열등감을 감춘 그런 허영의 행진에는 모텔 뿐 아니라 예식장, 전원 카페, 심지어 고급 아파트까지 끼어있다.
사진기자 겸 사진작가 박홍순이 그런 건물들을 찍어서 ‘꿈의 궁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 중이다. ‘꿈의 궁전’이라니, 사뭇 풍자적이고 아이러니 하다. 그가 찍은 대상들이야말로 거짓 환상을 생산하고 헛배만 부른 풍요를 위장하는 곳이 아닌가.
이 사진들은 바늘구멍 사진기로 찍어서 윤곽과 색채가 흐릿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선명하면 가짜인 줄 금방 알 텐데, 일부러 흐릿하게 찍어서 조악한 가짜의 몰골을 슬쩍 감추고 실제인지 모조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런 표현 방식은 정면으로 바라보기 부끄러운, 그러나 뻔뻔스럽게 횡행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더 오래 더 깊이 반성하게 만드는 강력한 장치가 되고 있다.
작가는 이 사진들을 고풍스런 무늬의 액자틀에 끼웠다. 고급 나무 재질처럼 보이지만, 실은 속이 텅 빈 싸구려 플라스틱 틀이다. 작가는 허위의 세계를 조롱하고 폭로하고 있는 것이다. 8월 7일까지 갤러리 쌈지 1 전시실. (02)736-0088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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