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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하은주 "볼 만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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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하은주 "볼 만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입력
2006.07.28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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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월드컵 열기 속에 조용히 열린 2006 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가 삼성생명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겨울리그는 한층 뜨거울 전망이다.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 LA 스파크스의 지명을 받기도 했던 국내 최장신 센터 하은주(23ㆍ202㎝)가 가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 올 초 무릎수술 했지만 경기하는 덴 지장 없어 입단 팀만 결정된다면 하루빨리 국가대표에도…

지난 2003년 일본 귀화를 신청해 농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하은주는 그러나 지난달 국적 회복을 선언, 국내 리그 복귀를 앞두고 있다. 하루 4시간씩 수원 집 근처 스포츠 센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는 하은주를 25일 만났다. 하은주는 “볼을 만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터뷰 도중 사인 요청에 응하던 하은주는 “영문 사인 속에 자세히 보면 한글 ‘하’자가 있다”면서 “아마 한국에 다시 올 걸 미리 알았던 모양”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1970년대 국가대표 센터였던 하동기(205㎝)씨의 딸인 하은주는 어린 시절부터 큰 키에 스피드까지 갖춰 한국농구의 미래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선일여중 시절 무릎을 크게 다쳐 국내에서의 선수 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재활을 받은 끝에 다시 볼을 잡은 하은주는 일본 고교 무대를 평정했고, 실업팀 입단을 위해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 물론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하은주는 “농구를 계속 하기 위한 하나의 길이었을 뿐, 절대 한국과의 인연이 끊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샹송화장품을 2시즌 연속 우승으로 이끈 후 올해 초 꿈의 무대인 WNBA 진출에 성공했지만 소속팀에서 놓아주지 않아 가지 못했고, 결국 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귀국했다. “일본 대표로 뛰어야 미국에 보내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한 하은주는 “동생과 함께 나란히 미국 무대를 누비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지금껏 지켜온 정체성을 버리고 일장기를 달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은주의 동생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프로농구(NBA)에 진출한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하승진(21ㆍ223㎝).

하은주는 “어려서부터 동생이 큰 자극이 됐다. 누나로서가 아니라 같은 농구 선수로서 인정할 만큼 엄청난 노력파”라고 말했다.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남매는 미국과 일본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거의 매일 전화로 서로를 격려해 왔다. 최근 흘러나온 하승진의 방출설에 대해서도 “승진이는 강한 아이라 잘 이겨낼 것이다. 좋은 플레이로 그런 소문을 떨쳐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름리그가 끝나면서 이제 관심은 하은주가 입을 유니폼에 모아지고 있다. 모 구단에서 10억원을 베팅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일본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어떤 구단과도 자유 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6개 구단에서는 자유 계약 대신 신인 드래프트를 거치게 하거나 신생 구단에 입단 시키자고 합의한 상태. 당연히 자유 계약을 원하는 하은주로서는 다소 난감한 상황이다.

계약이 지금껏 이뤄지지 않은 데는 하은주의 무릎 상태가 영향을 미쳤다. 하은주는 올 초 간단한 무릎 수술을 받았고 지난 시즌 평균 20분을 뛰지 못했다. 한 프로팀 감독도 “탐나는 선수임에는 틀림없지만 몇 분이나 뛸 수 있을 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위험 부담을 안은 채 거액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은주는 “무릎은 게임을 뛰는 데 지장을 줄 정도가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입단할 팀만 결정된다면 대표팀에도 하루 빨리 들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9월 세계선수권은 이미 엔트리 제출이 끝나 합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입단 문제만 해결된다면 바로 국적 회복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 하은주 측의 생각이라 12월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극기를 달고 뛸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선수 가운데 큰 키에 패스도 좋은 국민은행의 정선민 언니를 좋아한다”는 하은주는 “용병과 대결하려면 파워를 키워야 할 것 같다. 배운다는 자세로 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수원=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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