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DC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협정 53주년 기념행사에는 이례적으로 딕 체니 부통령이 참석했다.
정전협정 기념행사 추진위원회(KWABCC)와 미 재향군인회가 공동 주관해온 이 행사에 미국의 부통령이 직접 참석해 기념사를 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 2003년 50주년 기념행사 때도 알링턴 국립묘지를 잠시 방문, 무명용사 묘역에 헌화한 적은 있지만 본 행사에 참석하기는 처음이어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특히 체니 부통령은 이날 행사 참석을 본인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국측에서는 보훈부 장관이 참석하는 게 통례였고, 최근 들어 가장 큰 규모로 치러졌던 정전 50주년 행사 때도 미 국방부에서 합참 부의장이 참석하는데 그쳤다. 주미 한국대사관측은 당초 체니 부통령 참석 계획을 통보 받은 뒤에도 그 이례성 때문에 백악관에 체니 부통령의 일정을 거듭 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체니 부통령이 행사에서 20여분 동안 기념사를 하기에 앞서 체니 부통령의 발언 내용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그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관련 결의 채택과 맞물려 큰 관심을 모았다.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그에 맞서는 한미동맹의 미래상에 대한 미국의 견해를 담으려 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 한국의 번영은 한국전쟁에서 치러진 5만여 미군 병사들의 희생을 통해 얻어진 결과임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포함됐다. 때문에 이날 체니 부통령의 행사 참석과 연설은 남북한 모두에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체니 부통령의 행사 참석으로 기념행사의 성격도 한단계 격상돼 한국측에선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직접 35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미국측에서는 체니 부통령 이외에 제임스 니콜슨 보훈부 장관이 참석해 기념사를 했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이태식 주미대사 등은 알링턴 국립묘지의 무명용사 탑과 한국전 메모리얼 벤치에서 헌화식을 가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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