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초토화된 강원 수해 지역에 27일 또 다시 폭우가 쏟아져 2차 피해가 발생하는 등 최악의 사태가 우려된다.
장마비가 그친 20일부터 수해복구에 매달려온 수재민들은 일주일 만에 큰 비가 내리자 복구 작업을 중단한 채 학교나 마을회관으로 긴급대피하는 등 깊은 시름에 빠졌다. 특히 수마와 폐허를 딛고 재기를 꿈꾸던 주민들은 흙더미에서 걷어낸 가재도구와 구호물품이 이날 폭우에 다시 휩쓸려 떠내려 가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응급복구된 도로가 곳곳에서 유실돼 다시 고립된 마을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지난 호우로 피해가 난 지역 중 응급복구조차 마치지 못한 곳이 많은데다 오랜 장마로 지반이 크게 약화돼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피해발생
지난 장마의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인 강원 인제군에는 이날 시간당 15㎜ 안팎의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응급 복구됐던 도로 5곳이 유실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인제군 북면 한계리~오색리 간 44호 국도가 유실돼 통제됐고,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둔내면 삽교리, 인제읍 덕적리~덕산리, 하추리~가리산, 북면 한계리~장수대, 기린면 하답리~인제읍 귀둔리 구간 등에서 도로가 다시 유실돼 이 일대가 고립됐다. 오전 9시 30분께에는 영월군 하동면 진별리 88번 지방도에서 20여톤의 낙석이 쏟아져 옛 화력발전소 입구~중동면 녹전 삼거리 20㎞ 구간의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주민대피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인제군의 인제읍 덕적ㆍ덕산ㆍ가리산ㆍ하추리, 북면 한계ㆍ용대리, 기린면 진동리, 상남면 미산리 등 14개 마을과 평창군의 진부면 하진부리, 거문리 등 2개 마을 등 16개 마을 주민들에게 긴급대피령을 내리고 마을회관, 학교 등 안전지대로 이동시켰다.
인제읍 덕산리 주민들은 빗속에서 건진 가재도구를 산꼭대기로 짊어지고 올라가기도 했다. 경찰은 소방당국과 합동근무조를 편성해 도로 침수 또는 유실 우려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복구차질
그 동안 활기를 띠던 수해복구 활동도 전면 중단됐다. 지난 폭우로 도로와 하천 등지에서 응급복구 작업을 하던 각종 중장비들은 폭우에 따른 2차 피해 우려로 대부분 가동을 멈췄다. 수해복구 작업에 나선 자원봉사자들도 현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수재민들이 임시로 거처할 컨테이너 설치작업도 비가 내리면서 중단됐다. 이에 따라 700여 가구의 주민들은 다시 마을회관 등으로 이동해 불편한 공동생활을 계속하게 됐다. 강원지방기상청은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철원 화천 춘천 양구 인제지역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했으며 11시에는 속초 고성 홍천 양양에 호우주의보를 내렸다.
박병삼(62ㆍ인제읍 덕산리)씨는 “복구도 끝나기 전에 비가 또 내리다니 하늘이 원망스럽다”면서 “300㎜가량의 비가 더 오면 그 동안 복구해 놓은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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