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 피해가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정부의 쌀ㆍ비료 지원 보류 방침으로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일각과 시민단체 등에서 대북 수재 지원론이 제기돼 주목된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27일 “적십자사 차원에서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수해구호 의사를 밝혔고, 인도주의 차원에서 대북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날 북한의 집중호우 피해상황을 정리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북한에서는 10~16일 집중호우로 황해도 평안남도 강원도 일대의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수백명이 사망ㆍ실종했다. 국제적십자사연맹 평양사무소도 북한에서 이번 폭우로 최소 121명이 숨지고 127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고, 대북지원단체인 ‘좋은 벗들’은 3,00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27일 막바지 장마 폭우로 추가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인명피해도 크지만, 더 큰 문제는 식량 수급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북한의 식량 소요량은 연간 650만톤이고 최소한 550만톤 정도는 있어야 주민들이 먹고 살 정도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하지만 북한은 근래 최대 풍년이라는 지난해 450만톤을 생산했을 정도로, 매년 100~200만톤 정도의 식량이 부족하다. 이 부족분을 한국과 중국, 국제기구의 지원으로 메워왔다.
그런데 이번 폭우 피해가 북한 곡창 지대인 황해도와 평안남도에 집중됐고, 농경지 침수와 유실로 올해 식량공급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일단 민간을 중심으로 북한에 식량이 지원된다면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도 조금 부드러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 보류된 쌀 50만톤 지원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가능한 상황. 현재의 대치국면이 단시일 내 해소될 가능성은 낮아 남북관계도 여기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하지만 민간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대북지원이 재개되면, 정부도 부담을 덜게 되고 북한도 여유가 생겨 남북관계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논리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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