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26 재보선의 성적표를 받아든 열린우리당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지난 지방선거 참패에 이어 이번 재보선에서 다시 완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탄핵의 주역이었던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당선에 따라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수도 있게 됐다.
예견된 참패였지만 우리당이 입을 내상(內傷)은 심각해 보인다. 17대 총선 이후 지금껏 치러진 재보선에서 기초단체장 19곳 중 4곳을 얻었을 뿐, 국회의원(14곳)과 광역단체장(4곳), 광역의원(17곳) 선거에서 전패함으로써 승률이 7%에 불과했다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국회 과반 의석에 육박하는 142석을 갖고 있으면서도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여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한 초선 의원은 이를 ‘병든 코끼리’에 비유했다.
특히 조 후보의 당선은 우리당이 내년 대선을 겨냥해 불씨를 지피고 있는 ‘범여권 통합론’의 추진 과정에서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전락할 가능성을 예고한다.
더욱이 이번 재보선 결과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사망선고”(한 재선의원)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당내에 노 대통령과의 결별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친노(親盧) vs 반노(反盧)’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을 개연성도 있다. “조 전 대표와 추미애 전 의원을 껴안았어야 했다”는 천정배 전 법무장관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정국 주도권 상실과 동시에 내분에까지 휩싸일 경우 호남권과 일부 수도권 의원들의 이탈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이들의 초조함은 김근태 의장의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외견상 우리당은 재보선 참패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며 조 후보의 당선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시각들도 있었다. 대신 한나라당의 불패 신화가 깨졌다는 데에선 정국 반전의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애썼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한나라당의 오만과 방종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시작됐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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