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문제에 있어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옹호한데 대해 26일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노 대통령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이런 기류는 지도부에서도 감지됐다.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앞선 간담회에서 일부 비대위원은 “이 장관의 발언도 부적절한데, 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이를 옹호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비대위원은 “일부가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공식 회의 의제로 삼자는 얘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당의 의견을 전달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가 나서 “공식 회의석상에서 그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수습했다. 불만 기류가 표면화할 경우 또 한번의 당청간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은 “차후에라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저변의 분위기도 좋지 않다. 국회 통외통위 소속 한 의원은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이런 상황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게 좋은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적절하지 않은 코멘트가 또 다시 국민에게 실망을 주었다”, “청와대가 국회와 왜 자꾸 각을 세우려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나라당은 전날에 이어 노 대통령의 발언을 강력 비난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이 장관 옹호 발언으로 동맹국의 신뢰는 금이 가고 국민의 시름은 그만큼 깊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장관들에게 국회에서 답변할 때 적극 반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 기관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장관은 국회의원과 싸우는 싸움닭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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