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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아역스타 아무나 하나

입력
2006.07.2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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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배우, 아카데미영화제 최연소 심사위원…. 올해 열두 살의 아역 스타 다코타 패닝을 따라다니는 화려한 수식들이다.

다섯 살 때 재즈 뮤지션 레이 찰스와 함께 복권 광고에 나오면서 연예계에 데뷔한 패닝이 그 동안 출연한 영화는 무려 12편. 흥행수입을 따지면 6억4,730만 달러에 달한다. ‘ER’와 ‘테이큰’, ‘CSI’ 등 유명 TV시리즈에도 부지런히 얼굴을 비춘 것까지 감안하면 패닝의 활동량과 영향력이 그저 놀랍기 만하다.

양적인 면만 경이로운 것이 아니다.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며 어른도 쉽게 소화하지 못할 감성 연기를 척척 해내는 패닝을 보다 보면 ‘역시 천재는 신이 만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불우한 처지의 또래 어린이를 돕기 위해 사회사업도 활발히 한다니 연기만 어른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어둠도 짙은 걸까. 맑고 순수하게만 보이는 패닝도 여느 어른 스타처럼 구설수에 휘말렸다. 현재 촬영중인 ‘하운드 독’에 그의 성폭행 장면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매니저가 아카데미 주연상을 노리고 출연을 종용했다”는 소문이 겹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아동 성폭행 장면 때문에 투자자들이 손을 떼 영화가 정상적으로 개봉하지 못할 거라는 흉흉한 얘기도 나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한참 전성기인 패닝이 아역 스타의 전형적인 몰락과 부침 과정에 벌써 접어들지 않았냐는 것이다. 나이에 비해 버겁기만 한 유명세, 출연작과 개런티를 둘러싼 부모와의 불화, 알코올과 마약 중독은 아역 스타들이 거쳐야 할 정규 코스처럼 여겨진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의 맥컬리 컬킨도, 세 살 때 데뷔한 드류 베리모어도, 미국 10대들이 제일 좋아한다는 린지 로한도 예외 없이 이 길을 걸었다.

성장통을 일반인보다 심하게 겪는다는 점은 국내 아역 배우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연급으로 활약하는 한 아역 출신 배우는 “배운 것은 연기 밖에 없고, 친구도 없어 사춘기 때부터 힘들었다. 그래서 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부모가 직접 고사리 손을 이끌고 연기학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는데 남다른 재능이 보인다고 아역배우 함부로 시킬 일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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