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주도로 진행돼 온 다자간 협상인 도하개발어젠다(DDA)의 중단은 결코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세계 각국이 무역장벽을 낮춰 보다 자유로운 교역을 하자는 취지가 말해주듯 DDA 협상은 경제구조가 수출 중심인 우리에게는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개도국에 대한 공산품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DDA가 체결될 경우 대규모 시장개방이 불가피했던 농수산물 분야는 당분간 개방압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반면 WTO체제에서 인정 받아 온 농산물 분야 개도국 지위 유지가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 이어 2001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시작된 DDA 협상이 5년 만에 좌초함에 따라 세계 교역질서는 다자 협상이 아닌 개별 협상 즉,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출이 가까스로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FTA 확대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지금도 세계 교역량의 절반 이상은 FTA로 이뤄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FTA를 체결한 국가는 고작 4곳에 불과하다. 칠레 싱가포르 아세안처럼 주요 교역 상대국들도 아니다. 정부가 비난을 감수하면서 한미 FTA 체결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FTA 확산에 불을 붙이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지가 있었다.
정부는 내년까지 15개국과의 FTA 발효를 목표로 30~50개 국과의 동시다발적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한미 FTA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졸속 협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면서 정부는 동시다발적인 FTA 추진 전략을 수정하려는 태세다. 전문인력 부족 등으로 내실 있는 협상을 진행하기 어려우니 속도를 조절하자는 것이다.
DDA 협상 중단으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FTA뿐이다. 미흡한 점은 보완하더라도 FTA 확대 전략을 바꿔서는 곤란하다. 특히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FTA 협상을 국외적으로나 국내적으로 성공적으로 이끌어 새로운 FTA시대를 여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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