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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중국 정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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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중국 정치국

입력
2006.07.26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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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의 집체학습이 25일 끝난 뒤 신화통신 등은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학습 중 발언을 보도했다. 2002년 12월 시작돼 33회를 맞은 정치국 집체학습은 이제 중국을 읽는 하나의 코드다. 집체학습은 중국 지도자들의 관심이 무엇이고, 안개 속의 중난하이(中南海ㆍ 베이징 지도부 거주지역)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를 시사하는 방향타이다.

후 주석의 발의에 따른 집체학습은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주제를 정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자리이다. 후 주석을 정점으로 원탁에 앉는 지도부는 캐주얼 재킷을 입어 수강 분위기를 연출한다. 언론은 회의주제, 강사, 후 주석의 종결 발언을 전한다.

집체학습의 주제는 적지않은 것을 시사한다. 33번의 학습 주제는 ▦이데올로기 및 공산당 관련 9번 ▦경제 8번 ▦행정(통치) 8번 ▦과학기술 2번 ▦군사안보 2번 ▦농업 2번 ▦기타 2번 등이다.

국내, 국제이슈로 나누면 국내 이슈가 22번이었고, 국제 이슈는 5번, 국내외 통합 이슈는 6번이었다. 국내 이슈로는 경제발전, 법치, 행정개혁, 과학기술의 중요성, 민족통합, 농업, 노동자 안전 등이 다뤄졌고, 국제이슈는 무역, 세계 정치경제, 세계 군사, 현대 제국들의 흥망 등이다. 통합이슈에서는 중국의 에너지 안보, 중국 문화산업의 발전, 지적재산권, 국방, 2차 세계대전 중 대일 항전 등이 다뤄졌다. 당의 리더십, 대만문제, 부패, 미중관계, 아시아의 분리주의 등 첨예한 이슈는 제외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강의를 맡는 전문가 선정도 흥미롭다. 대학 총장, 연구소 소장 등 원로급 인사는 제외되고 관련분야 두 명의 중진ㆍ소장 학자가 실질적인 강의를 진행한다. 강사 두 명을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가진 이들 보다는 상호 보완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로 구성한다. 기업인이 강사로 나선 적은 없다.

집체학습은 정치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부분 엔지니어로 성장했던 지도부에게 정책 결정에 필요한 소양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지도부 이미지를 높여준다. 투명한 정부를 원하는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도부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후 주석의 리더십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심오하고 다양한 주제를 섭렵하고 이에 관해 최종 결론을 내는 후 주석은 다른 정치국원들을 ‘소도구’로 만들 수 있다. 후 주석이 2002년 12월 첫 집체학습의 주제를 헌법으로 잡아 인치(人治)가 아닌 제도적 통치를 강조했던 것은 전임자 장쩌민(江澤民)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 셈이었다.

집체학습에는 한계도 많다. 토론 내용이 공개되지 않고 학습이 어떻게 정책에 반영되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학습을 통해 후 주석은 지도부 개개인의 역량을 파악하고 공산당 상층부에는 토론 내용이 퍼져 정책과 인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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