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사관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포스코 본사를 9일간 불법 점거한 사태뿐만 아니라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사분규 또한 우리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노사분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예사롭게 넘길 수 없다.
첫째, 직접고용관계가 없는 포스코를 상대로 펼쳐진 노사분규는 분명 실정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현대차처럼 매년 노사관계가 불안한 사업장에서 노사분규가 관행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론은 노사분규가 발생하면 국민경제적 파급도에 맞춰져 노조운동을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건전한 노동운동의 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노동기본권을 자칫 소홀히 다룰 수 있는 위험이 내재돼 있다. 따라서 불법 노사분규가 재연되는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포스코 본사 점거 과정에서 나타난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주5일제에 따른 토요유급제 보장과 임금인상이다. 이와 같은 요구사항은 주5일제 시행에 따라 자주 일어났던 노사분규로서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포스코 본사 점거와 같은 대형사건으로 발전되었던 것은 협상 미숙과 분쟁조정력 빈곤 때문이다. 포항건설노조는 전문건설업체 소속 일용노동자로서 교섭상대는 전문건설업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던 것은 우리나라에만 특수하게 존재하는 다단계 하도급구조에 기인한다.
포스코가 공사를 발주하고 이를 포스코건설이 수주(원청)하여 다시 전문건설업체에 도급을 주는 형태이다. 전문건설업체는 원청 포스코건설이 공사금액을 막무가내로 삭감하는 구조 하에서는 토요휴무 급여까지 보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도급구조에 대한 법적 개선 노력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
다음으로 현대차 분규 사례에서 보듯이 노사문제를 자율교섭이라는 명분으로 해당 기업에만 마냥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물론 민주자본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노사자율교섭 원칙은 당연히 지켜져야 하지만 자체적인 해결능력이 한계에 달한 노사는 다르다. 더구나 자동차산업과 같은 국가기간산업의 경우에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도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경제에 영향도가 크고 노사분규가 빈발하는 기업의 경우는 초기단계에서 협상과 조정의 노력도 필요하다. 예컨대, 정부가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보이고 협상전문가가 이를 중재 조정하는 단계를 거치면 불법 점거사태,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노사분규는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노동계의 산별노조 전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산별노조가 막강한 조직력으로 밀어붙이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악성 노사분규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현대차 노사분규에서 많은 전문가는 사측의 문제도 아울러 지적하고 있다. 비자금 문제 등 투명경영에 미흡한 경영진은 노조의 집단행동에 쉽게 타협할 수밖에 없고 이는 법과 원칙을 세우는데 저해요인이 되어 노사불안이 계속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사태들로 얻은 값진 교훈은 노사분규 예방을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정책적 접근과 아울러 분규가 발생하면 초기 단계에서 협상 조정 노력이 긴요하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법과 원칙의 준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한승ㆍ한국노동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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