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부총리가 18일 취임한 이후, 재경부내 'EPB'(옛 경제기획원)식 조직운용의 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권 부총리는 EPB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통 관료이다.
25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권 부총리는 전날 간부회의에서, 자신에게 보고할 때 들고 오는 보고서의 두께를 줄이고 최대한 압축할 것을 지시했다. 쓸 데 없이 보고서 양만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압축된 보고서를 선호하는 것은 핵심 문제를 선정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EPB의 전통이다.
권 부총리는 또 매주 월요일 열리는 간부회의 또한 이원화해서, 국장급 심의관과 주무 서기관까지 참석하는 확대 간부회의는 한 달에 한차례만 하고 나머지는 핵심 간부들 중심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형식보다 실용을 중시하겠다는 것. 재경부 당국자는 "보고를 받을 때에도 하버드대 박사 출신인 한덕수 전임 부총리가 이론적 배경까지 따지는 반면, 권 부총리는 정책에 따른 효과를 살피는 등 굉장히 실용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권 부총리는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경제정책국이나 정책조정국 등에서 EPB 업무방식을 재경부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추진을 위해 타 부처 실무자들과도 직접 협의하고 설득해서 정책의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의지이다.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예산이라는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권 부총리가 추락하는 재경부의 위상을 살릴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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