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침, 주식시장 개시 전 동시호가에 주문을 냈던 투자자들은 개장 후 10분 동안 체결이 안 되는 불편을 겪었다. 지난해 말 도입된 주가워런트증권(ELW)의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중앙 서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1분 1초가 긴박한 주식 거래에서 10분이나 체결이 지연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각 증권사 전산 담당자들도 “증권선물거래소가 아직도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거래소 직원들의 관심사는 이 같은 시장 참여자들의 불편보다는 새로 임명될 상임감사에 쏠린 듯하다. 거래소 노조는 증권시장 경험이 없는 김모 회계사가 청와대의 부산 출신 386 운동권 인사의 영향력을 업고 감사 후보로 내정됐다며, 거의 한 달째 낙하산 인사 반대 농성을 하고 있다. 노조는 김 회계사가 감사로 선임될 경우 전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24일 한밤중에 소집된 인사 추천위원회가 감사 추천을 연기함에 따라 우려했던 파업 사태는 25일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빠르면 8월 말쯤 다시 임시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돼 불씨는 꺼지지 않은 상태다.
거래소 직원들이 이사장도 아닌 감사 선임을 이유로 파업까지 선언한 것은 민간기업이긴 하지만 법으로 독점적 지위가 보장된 거래소의 공공성을 감안할 때 지나친 감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적 보은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을 무리하게 중용해온 정부에 있다.
“혁신이 필요한 기업의 감사는 외부인사를 임명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청와대의 시각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 외부인사의 업무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면 도덕적 해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최진주 경제부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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