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성별ㆍ나이ㆍ고용형태를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 등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재계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제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에 치우친 정책으로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오히려 사회갈등을 확산시킨다는 주장이다.
당정이 24일 합의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 등으로 가뜩이나 힘겨운 민간기업에 감당키 어려운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정부가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면, 민간 기업들은 무언의 압력으로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재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정규직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비정규직(임시직+일용직) 근로자는 757만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1,571만명)의 48.2%에 달한다. 직장인 중 절반이 같은 일을 해도 임금은 정규직의 70%에 불과한 비정규직이므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곧 전체 근로자 절반의 임금이 30% 가량 인상되는 것을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재계의 걱정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연간 3조5,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경제연구원도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5% 수준까지 올릴 경우 총 26조7,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방향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에 맞출 것이 아니라,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보장 수준을 비정규직 쪽으로 낮추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란 얘기다. LG경제연구원 조용수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더욱 진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경직적인 고용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고용규모를 조정하고, 기업 이익은 계약상의 지위에 관계없이 성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배분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진하는 차별금지법안도 재계의 공격을 받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차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악의적 차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허용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새 법안 대로라면 능력 없고 성과를 내지 못해 승진에서 누락된 직원들이 차별을 받았다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의는 특히 차별과 관련 소송에서 입증책임을 가해자가 지도록 한 것은 민사소송법상의 입증책임 원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차별금지규정이 남용돼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킬 소지가 높다고 우려했다. 상의 관계자는 "정부가 이상론에 치우쳐 심각한 파장이 예상되는 사안들을 쏟아내고 있다"며 "기업을 포함한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권고법안을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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