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지역이나 평형별로 아파트 거품 붕괴 가능성을 따져 금리를 최고 1% 포인트까지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쉽게 말해 '버블세븐' 지역 같이 향후 거품이 빠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지금까지 담보물의 위험도에 따라 대출금액 한도만 제한해왔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금융감독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규제조치 직후부터 투기지역 아파트 대출시 금리를 0.5%포인트 가량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최근 마련된 초안은 금리차를 1%포인트 안팎까지 넓히고 차등적용 기준도 훨씬 구체화한 것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24일 "지역별, 평형별 기준은 물론 아파트 노후화 정도, 대출자의 보유주택 수 등에 따라서도 최고 1%포인트 이상 금리를 차등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산정기준 설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토중인 초안에 따르면 '지역'은 구(區), 동(洞) 단위까지 세분화되며 '평형'도 10평대와 20평대, 30평대, 40평대 이상 등 4개 단위로 분류하는 것을 검토중이다. 거품 가능성이 큰 재건축대상 아파트는 주택 내용연수에 가중치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남ㆍ서초구와 경기 분당 등 '버블세븐'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대출은 대부분 고금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에 있어 개인별 위험뿐 아니라 지역별 위험도 관리해 자산건전성을 높이려는 차원"이라며 "구체적인 내부 시행지침이 정해지는 대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타행들의 반응은 아직 무덤덤하다. 모 은행 대출관계자는 "평형이나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금리를 올리면 대출자가 과연 수긍하겠느냐"며 "발길을 돌리는 고객을 잡기위해 아마도 다른 방법으로 금리를 내릴 게 뻔하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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