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법무부장관 후임으로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실제 기용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전 수석이 조명을 받는 것은 그가 참여정부에서 갖는 위상과 상징성 때문만은 아니다. 그를 후임 법무장관으로 검토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과, 그를 법무장관으로 발탁하는 데 반대하는 여당 내 기류 모두 예사롭지 않은 까닭이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문재인 법무부장관’ 카드가 여러모로 유용할 수 있다. 문 전 수석은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핵심 측근으로 임기 말 레임덕 방지를 위해선 누구보다 적임자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24일 “대통령 친정체제의 핵심인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자리에 그만한 인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우리당의 기획통 인사는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분노가 문 전 수석을 물망에 올린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노 대통령이 5ㆍ31 지방선거 당시 여야의 공천비리에 대한 엄정한 조치를 검경에 주문했음에도 당국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흐지부지 된데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집착을 보이고 있는 선거풍토 개혁을 명분으로 문 전 수석을 자리에 앉히려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아직 못다한 공수처 신설, 검찰 개혁을 문 전 수석이 밀어붙일 것이라는 기대도 얹혀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인사가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분 아니냐”며 여당 일각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서도 “당은 늘 그러지 않느냐”고 말해 문 전 수석이 발탁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당의 상당수 의원이 그를 기피하고 있는 게 첫째 걸림돌이다. 당에는“교육부총리에 이어 대통령의 핵심 참모를 또 기용하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일”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문병호 제1정조위원장은 “일부 의원이 문 전 수석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당청간 충돌이 벌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야당의 정치공세는 불 보듯 뻔하다. 문 전 수석 본인은 일단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천 장관의 사표를 수리한 청와대가 당분간 문 전 수석에 대한 여론의 흐름을 살핀 뒤 기용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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