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사고로 몸에 총알을 37발이나 맞았던 그렉 르몽(미국ㆍ1986,89,90년 우승),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3cm나 짧아진 마르코 판타니(이탈리아ㆍ98년 우승), 그리고 치사율 49%에 이르는 고환암 환자로 고환 1개와 뇌 조직 일부를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던 랜스 암스트롱(미국ㆍ99~2005년 우승).
매년 7월 3주에 걸쳐 프랑스 전역과 인접 국가들, 피레네와 알프스 산맥을 도는 ‘지옥의 사이클 레이스’ 투르 드 프랑스는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과 극복, 영광스러운 승리와 아름다운 패배가 펼쳐지는 휴먼 스토리의 경연장이다. 이 대회가 월드컵과 올림픽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시청자를 확보할 정도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20개 팀 199명의 선수가 3,657km의 20개 구간을 달려 24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2006투르 드 프랑스는 이번에도 휴먼 드라마의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마지막 20구간을 3시간57분에 질주해 최종 합계 89시간39분30초로 우승컵을 차지한 미국의 플로이드 랜디스(31). 그는 골괴사증에 시달리는 환자다. 지난 2003년 산악도로에서 훈련하다 넘어져 오른쪽 넓적다리뼈가 부러졌다. 두 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뼈 속으로 피가 통하지 않는 골괴사증 판정을 받았다. 뼈가 썩고, 엉덩이 관절이 죽어가는 병이다.
수술로 통증을 없앨 수 있었지만 관절 이식수술을 받을 경우 자칫 사이클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랜디스는 수술을 미루고 투르 드 프랑스에 참가했다. 휴식일이었던 지난 10일 랜디스는 자신의 투병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쉽지 않은 레이스였다. 최종 2위를 차지한 스페인의 오스카 페레이로(29)와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이던 랜디스는 알프스 산악구간인 16구간에서 8분 이상을 뒤쳐져 사실상 우승이 불가능해보였다. 그러나 17구간에서 ‘기적적인’ 1위를 차지하며 페레이로를 30초차로 추격했고, 19구간에선 59초차로 역전했다.
종합선두가 입는 노란색 상의인 ‘옐로 저지’를 차지한 랜디스는 “단 한번도 믿음을 멈춘 적이 없다. 올 가을 수술을 받은 뒤 내년에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랜디스의 팀 동료였던 암스트롱은 고환은 물론이고 폐와 뇌까지 암세포가 퍼져 한때 사경을 헤맸지만 불굴의 정신력으로 99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우승을 하고 은퇴한 바 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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