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역사 교과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양국 모두 자민족 중심의 일국사(一國史)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양국 교과서 집필자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나섰다.
24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소장 이길상) 주최로 열린 ‘고교 역사교과서에 나타난 한국과 일본의 상호 인식’세미나에서 일본 제일학습사 고교 역사교과서 필자인 나카야마 도미히로(中山富廣) 히로시마대 교수는 16권의 교과서를 분석한‘일본사 교과서에 보이는 한국 근세편’발표에서 “교과서 내용 중 16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한국 관련 내용은 임진왜란과 을유조약(임란 후 국교회복), 조선통신사 등 고작 두 항목뿐”이라고 밝혔다.
이중 ‘침략’으로 쓴 교과서는 4권 뿐이었으며, 조선인들이 겪은 고난도 추상적으로만 기술했다. 근현대사의 한국 관련 부분 기술에 대해 실교출판 고교 역사교과서 필자인 미야하라 다케오(宮原武夫) 전 치바대 교수는 “대부분‘일본의 중국 침략’이라고 쓰면서 ‘일본의 한국 침략’이라고 서술한 교과서는 하나도 없다”며 “한국 병합과 식민지 지배를 합법화, 정당화 하려는 일본 정부의 검정제도 하에서 집필자와 편집자들이 아직도 낡은 ‘조선사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진 광주대 교수와 송병권 국사편찬위원회 편수관은 ‘한국 역사교과서에 보이는 일본’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일본은 문화 후진국이자 수혜국, 약탈자 또는 침략자의 모습이고, 조선은 일방적 시혜자나 관용의 이미지”라며 한국의 역사 교과서에서도 비교사나 관계사가 아닌 일국사적 민족 중심의 기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병우 한신대 교수도 “고대 한일 관계사 서술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근대 국민국가의 관점에서 고대의 관계사를 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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