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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영어캠프… 농촌 폐교 '화려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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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영어캠프… 농촌 폐교 '화려한 변신'

입력
2006.07.2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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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영월군 서면 옛 여촌분교 교문에는 ‘책박물관’ 문패가 걸려 있다. 학생수가 줄어 1990년대 초 문을 닫은 학교를 개인이 임대해 99년부터 박물관으로 운영중이다. 옛 교실에는 아름다운 책, 어린이책, 개화기 사진 등 3가지 주제의 책과 사진이 빼곡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측은 영월책 축제, 근대 종이인쇄 광고디자인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고서경매전, 도깨비시장 등 이벤트도 수시로 연다. 이젠 한해 2만 여명이 찾는 명소로 부상했다.

농촌지역 폐교가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박물관, 체험장, 영어캠프 등으로 탈바꿈하는가 하면 첨단 연구소나 대학 분교, 고급 숙박시설로 환골탈태한 곳도 있다. 학생들이 떠난 뒤 방치됐던 ‘흉물’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보물’이 된 것이다.

7년 전 폐교된 울산 울주군 범서읍 서사분교. 갖가지 야생화를 중심으로 수목류 300종, 초화류 230종, 작물류 70종 등 모두 600여종 6만여 포기의 식물이 심어져 철마다 꽃잔치가 벌어진다. 이 분교는 대규모 꽃학습원으로 거듭나 시민 휴식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츠 타운으로 새단장한 곳도 있다. 충북 보은군 보은읍 학림분교에는 지난해 3월 대규모 인라인롤러 경기장이 들어섰다. 국제 공인 규격인 200㎙트랙과 250석의 관람석, 선수 숙소를 갖추고 있어 전국 단위 선수권 대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인근 청원군 가덕면 상야분교에는 가로 60㎙, 세로 40㎙짜리 인조 잔디구장 2면이 조성돼 축구 꿈나무들이 애용하고 있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 성남초교에는 최근 미국 골프대학 분교가 개교했다.

영어 교육 붐을 타고 영어캠프장으로도 각광을 받기도 한다. 강원 화천교육청은 지난 3월 화천읍 옛 대붕초교에 영어학습센터를 개설했다. 화천교육청은 80평 짜리 단층 건물을 외국어 학습 가상 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뒤 농촌지역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주민들에게도 개방하고 있다. 경기 안산교육청과 부산 해운대교육청도 오랫동안 방치했던 폐교를 활용해 영어마을을 조성중이다.

지자체들도 폐교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충북 단양군은 94년 단양 대수해로 문을 닫았던 매포읍 옛 도담초등학교를 ‘석회석 신소재 창업지원센터’로 전환해 운영중이다. 이곳에는 석회석을 활용한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중소업체 20여개가 입주해 석회석 신소재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은 송지면 통호분교에 땅끝 해양자연사박물관을, 강진군은 도암면 만덕분교에 다산유물전시관을 각각 조성, 관광자원으로 활용중이다.

폐교 활용이 점차 다양해지는 이유는 폐교 운용과 관련한 규정이 크게 완화했기 때문이다. 충북도교육청의 경우 폐교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폐교 개ㆍ보수 비용을 임대료에서 전액 공제해주고, 임차인이 기부하는 것을 전제로 영구 시설물을 짓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임대료를 대폭 인하했다.

충북개발연구원 정삼철 박사는 “전국 3,000여개 폐교 가운데 아직도 상당수가 방치되고 있다”며 “농촌지역 주민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소득도 올릴 수 있는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춘천=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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