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이슬람사회에서 여군 장교는 호기심의 대상인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이툰부대의 활동상을 전파하는데 장애일 수는 없습니다."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정훈공보참모 박영희(44) 중령은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1986년 여성 정훈장교 1기로 임관했고, 지난달 자이툰부대로 파병된 뒤에는 '해외파병부대 첫 여군 참모'라는 별칭 하나가 더 붙었다. 박 중령은 해외파병 사상 가장 계급이 높은 여군 장교라는 점에서도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박 중령의 이라크 행 자체는 힘든 결정이었다. 병약한 초등학교 5학년 딸과의 생이별로 가슴 아파하던 차에 함께 공보장교의 길을 걷고 있는 남편의 한 마디가 큰 용기를 주었다. 박 중령은 "군인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오라"는 남편의 격려에 모든 것을 맡기고 이라크행 비행기에 올랐다.
박 중령의 임무는 아르빌 현지인들과 동맹국, 내ㆍ외신 등을 대상으로 자이툰부대의 평화재건 활동을 적극 홍보하는 것. 자이툰부대의 민사작전은 이라크에 파병된 다른 다국적군들이 앞다퉈 벤치마킹할 정도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부담이 적지 않았다.
최근 다국적군사령부에서 자이툰부대가 발표한 '민사작전의 성공사례' 자료를 준비할 때는 잠도 오지 않았다. 동맹군들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고 돌아온 민사참모 심동현(육사43기) 중령이 감사의 말을 전하자 박 중령은 그제서야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고 했다.
40명이 채 안 되는 자이툰부대의 여군들이 아르빌 현지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박 중령에게는 뿌듯한 자랑이다. "민사작전에 동참한 우리 여군들이 아이들과 어울려 친화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동안 집 안에만 머물던 현지 여성들이 사회참여의 길로 나서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박 중령은 우리 여군들의 활약이 이슬람사회가 여성의 존재와 역할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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