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이상한 동행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이상한 동행

입력
2006.07.23 23:55
0 0

한 번도 간 적 없는데 그리운 고장이 있으니 군산이다. 식민지 시절에 지어진 나지막한 적산가옥들이 고즈넉이 늘어선 고장, 그 집들은 어쩐지 거무스레한 빛깔일 것 같고 옛날식 전봇대들이 전선을 주고받으며 서 있을 것 같고. 군산에 대한 이 이미지를 내가 어디서 얻었는지 모르겠다. 그 군산에 눈이 내리거나 비가 오는 광경을 떠올리면 하염없이 그곳을 떠돌게 된다.

그때는 몰랐지만 군산 가까이 간 적이 있다. 서른 무렵, 한 사보에서 글을 청탁받고 사진기자와 3박4일 변산반도를 돌았다. 비포장도로를 울퉁불퉁 지나서 만난 내변산 마을의 가슴 뭉클하게 맑고 아름다운 개울이 생생히 떠오른다.

생각해보니 퍽이나 이상한 여행이고 동행이었다. 사진기자는 나보다 세 살쯤 어린 사람이었는데 피차 이름도 모르고 지냈다. 얼굴도 당연히 생각나지 않지만 그의 검정 벤츠는 생생하다.

내 생전 그렇게 거죽이 더러운 차는 본 바가 없다. 자기는 원래 세차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도 먼지가 덮여, 닳아빠진 쥐가죽을 입혀놓은 듯한 그 벤츠를 그는 시속 150㎞로 몰았다. 우리는 피차 호감도 악감도 없이, 존재감도 없이, 식당에 마주앉아 밥을 먹고 같이 돌아다녔다.

시인 황인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