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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뛰는 아시아, 발목 잡는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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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뛰는 아시아, 발목 잡는 한국 정치

입력
2006.07.21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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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나 베트남에는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가 하면, 공무원들은 시찰이라는 이름으로 방문하기도 하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자매결연을 맺기도 하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여행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근래에는 국내 골퍼들이 운동을 하러 가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는 한국인들이 돈을 떨구고 가기 때문에 환영이다. 이런 양상은 이미 우리보다 일본인들에 의해 먼저 행해진 것이기도 하지만, 일본은 이런 단계를 넘어 이들 나라의 우수한 학생을 장학생으로 유학시키고, 법제 정비와 교류사업에 막대한 재원을 들여 지원하고 있다. 강대국 일본이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이들 나라에 대한 미래 구상을 끝내고 아시아에서 영향력과 발언권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 중국과 베트남을 돌아보라

중국의 고도성장과 발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성장하다가 노동운동과 민주화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비관론보다는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여 경제성장을 하고 자유민주주의로 점진적 체제 전환을 하는데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다.

그간 중국에 많이들 내왕했지만, 현재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는 관광지를 다니기보다 먼저 고속도로를 타고 끝에서 끝까지 가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 넓은 대륙에 사통발달로 거미줄처럼 뚫려지고 있는 고속도로, 각 도시마다 엄청나게 넓게 만들어가는 도로와 상상하기 어려울 만치 넓은 토지와 수억의 인구를 보면, 중국의 성장이 가지는 의미와 미래의 상황도 짐작할 수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중국은 이런 경제ㆍ사회발전만 아니라 법치주의에 박차를 가하여 불합리한 법을 서구식으로 정비하고 법제를 구축하는데 열성적이다. 우리의 10배가 넘는 법학자들이 활동하는 법학에서도 우리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시장경제와 법치주의와 법제 정비 및 개방에 관련된 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해외 유학파들의 외국에 관한 연구도 적극적이다. 낡은 사회주의 법이론은 찾기 어렵다.

베트남도 도이모이 정책 이후 이미 시장경제체제로 진입하여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고, 이번에 젊은 개방파들이 지도부를 차지하면서 보다 빠르게 개방적인 국가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는 급격한 체제 전환에 따른 위험을 감소하기 위해 유지하고 있는 이념일 뿐 실질은 자유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추세이다. 여기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진보이다. 권력집중의 권위주의 통치만 극복하면 자유민주주의로의 체제 전환은 시간 문제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기본은 자부심을 가지고 유지한 채, 외국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고 교육을 강화하고 개방에 적극이다. 동남아 국가가 대부분 그러하듯 교육은 국가와 사회를 선도할 엘리트교육의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 베트남이 얼마나 빨리 변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역시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일주를 해볼 일이다.

관광자원이라고는 별로 없는 싱가포르는 일찍부터 서구식 교육에 전력을 가하여 싱가포르대학을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어 놓았고, 국제무역에 이어 근래에는 유흥산업까지 활성화하여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 10년 세월 허비한 한국

한국은 어떤가. 근 10여년을 넘는 시간 동안 별 준비도 없는 세력들이 국가권력을 잡아, 자기들끼리 돈과 권력을 나눠 가지고,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선동하거나 통일 메뉴로 임기를 근근이 유지하다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채만 떠안기는 결과만 가져왔다. 정치는 낡아빠졌지만, 그나마 국민들이 열심히 하여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로 국가가 위기상황에 빠져도 정보 하나 제대로 획득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정부, 우리를 둘러싼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로부터 결국 왕따를 당하고 만 현 정부의 처참한 모습을 볼 때, 실로 한국은 어디로 가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되묻게 된다.

정종섭ㆍ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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