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찬반 공방이 좀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두 평행선의 거리도 협상이 거듭될수록 점점 멀어지는 듯하다. 정부의 홍보도 아직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까지 된 데는 'FTA찬성=보수, FTA반대=진보'라는 이념적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보수언론은 FTA 반대론자들을 진보세력으로 묶음지어 몰아세운다. 반미 운동권이 주도 세력이라고 상식 밖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반면 반대쪽에선 찬성론자를 기득권 세력으로 매도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진보적 성향의 한 대학 교수는 "개인적으로 찬성하지만 드러내놓고 얘기하기가 부담스럽다"고까지 했다. FTA에 반대해야 꼭 '의식 있는 중산층' 같은 분위기이다.
FTA에는 진보와 보수의 요소가 엉켜있다. 양극화 문제만 해도 그렇다. 승자 독식의 양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FTA는 분명 양극화의 심화를 초래할 수 있다. 반면 사회 각 부분에서 경쟁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실력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춘 사람들은 더 많은 성공기회를 잡을 수 있다.
보수와 진보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달리 규정될 수 있다. 보수를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성향으로 규정한다면 FTA반대쪽이 오히려'보수'이고, 진보를 고착화된 이익구조를 새로운 질서로 바꾸려는 성향이라고 한다면 FTA찬성쪽이 '진보'일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한 이념적 덧씌우기와 편가르기를 그치지 않는 한 접점은 찾아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절대적 반대론자과 절차나 협상 내용을 문제 삼는 상대적 반대론자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고, 국민들도 냉정하고 실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경제부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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