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ㆍ26 재ㆍ보선을 바라보는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눈빛에 걱정이 가득하다. 일찌감치 패배 예상은 했지만 막상 결과가 4곳 모두 여당 참패로 나온다면 그 뒤 당내 상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혹여 ‘지도부 책임론’이라도 불거져 당이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5ㆍ31 지방선거 참패 후 출범한 새 지도부의 당 재기 노력 자체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도 있다.
우리당의 재보선 결과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다. 4개 지역 모두에서 선두에서 멀어져 있는데다, 특히 서울 성북 을에선 열린우리당 조재희 후보가 한나라당 최수영 후보뿐 아니라 민주당 조순형 후보에게도 뒤져 아예 3위권에 머물러 있다.
실제 개표 결과 일부 지역에서 우리당 후보가 3위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정치적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탄핵 주역인 조순형 후보에게도 뒤지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 상징성 때문에 우리당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재ㆍ보선 이후에도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또다시 당이 내홍에 휩싸일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누가 당 의장을 맡았더라도 이번 재ㆍ보선에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기류이기도 하다. 김근태 의장 체제 출범 때 재ㆍ보선 결과와 무관하게 지도부가 유지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한 비대위원은 21일 “책임론이 당 전체의 흐름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선거 결과를 계기로 현 지도부에 대해 누적된 불만이 표출될 개연성은 있다”고 우려했다. 새 지도부가 눈에 띌만한 쇄신책을 내놓지 못한 것 등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문희상 의장 체제가 10ㆍ26 재보선 패배로 퇴진한 전례도 지도부 인책론 제기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당에 복귀하는 것도 심상치 않은 흐름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혹시 지도부 인책론이 제기될 경우 당내 일부에서 천 장관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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