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신보 1906년 7월21일자에 ‘대구여사’라는 필명의 연시조 ‘혈죽가’(血竹歌)가 실린다. 충정공 민영환(1861~1905)의 충절을 노래한 이 시조가, 우리 시조시단이 치는 최초의 현대시조다. 그리고 올해가 현대시조 100주년이다.
현대시조100년 세계민족시대회 집행위원회와 오늘의 시조학회 등 단체와 시조시인들이 21일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성대한 문화ㆍ학술 잔치를 열고, 이 날을 ‘시조의 날’로 선포했다.
그 선언문에서 밝히듯 시조는 향가에서 이어져 온 1,000년 전통의 우리 고유의 장르이자 “3장6구에 만물의 기운과 조국 강무에 대한 희원과 서정을 가장 짧고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문학 양식”이다. 하지만 우리 현대시조는 지난 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출품된 100권에 책 가운데 단 한 권도 포함되지 않은 데서 보듯 은근히 푸대접 받고 있고,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점차 잊히는 장르인 것도 사실이다. 한국문인협회가 지난 3월 ‘중등교과서에 시조를 더 수록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날 자리는 그래서, 현대시조 100년의 흥겨운 축제인 동시에 이어갈 100년의 책임을 나눠지자는 다짐과 촉구의 자리이기도 했다. 이근배 세계민족시대회 집행위원장은 “모국어의 가장 이상적인 악기이며 우리 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 시조”라며 “올해를 새로운 시조 원년으로 삼아 더욱 치열하고 정제된 작품으로 국민 속으로 파고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시조 100주년 기념세미나와 현대시조 100인 시조집 및 시조선집 출판기념회 축하연 등을 마친 시인들은 ‘혈죽가’가 노래한 민 충정공의 동상이 서 있는 종로구 견지동 우정총국공원을 찾아 꽃을 올렸다.
현대시조 100년을 맞아 내달 5,6일에는 경북 김천 직지사에서 ‘우리민족시 대축제’가, 11~13일에는 강원 인제 만해마을에서 ‘시조축전’이, 28일에는 KBS홀에서 ‘현대시조 신작가곡음악회’가 잇달아 열린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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