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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짓나침반 '주의! 업계의 정보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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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거짓나침반 '주의! 업계의 정보 조작'

입력
2006.07.2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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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미국에서 파산법 개정 논란이 한창일 때, 조지타운대 신용연구센터는 많은 채무자들이 일부러 파산제도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신용카드회사와 은행, 전 재무장관인 로이드 벤츤은 이 보고서를 흔들어 대며 파산 구제 신청을 어렵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용연구센터에 카드사들이 상당액의 연구비를 줬다거나, 벤츤이 이들의 로비스트라는 ‘꼬리’는 나중에야 밟혔다.

1993년 말 호주에서는 느닷없이 자국 최대의 여성 환경단체로 자처하는 ‘오염에 반대하는 어머니들’이 등장했다. 이 단체는 플라스틱 우유병 사용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맹렬히 전개했는데, 한 신문이 배후를 캐보니 홍보회사가 종이팩제조업협회의 이익을 위해 궁리해 낸 유령 시민단체였다.

미국 ‘미디어민주주의센터’ 설립자인 존 스토버, 계간지 ‘홍보 감시: 홍보 및 공보산업에 관한 공익적 보도’ 편집자인 셸던 램튼이 펴낸 이 책은 전문가나 전문단체, 시민단체라는 근엄하고도 진지한 얼굴로 포장된 기업과 홍보회사의 정보 조작을 통렬하게 고발한다. 일종의 기소장인 셈인데, 그 동안 지은 죄들이 너무 많아서인지 사례도 많고 책 분량도 만만치 않다. 원제는 ‘우리를 믿으세요, 전문가니까!’(Trust us, we’re Experts!)

이들의 죄상에 혀를 차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눈을 가리는 ‘기업-홍보’의 검은 전략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일 텐데, 저자들은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한 개량’‘야만적 자본주의 제어’등 아리송한 얘기를 한다. 결국 언론이나 시민이나 모두 두 눈 부릅뜨고 의심하는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안준현 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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