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판사다운 판사’ ‘목숨 걸고 재판하는 판사’로 불렸던 고 한기택 판사를 추모하는 책이 고인의 1주기를 맞아 출판됐다. 그는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7월 가족과 함께 한 휴가여행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당시 나이 46세.
‘한기택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펴낸 책 ‘판사 한기택’(궁리 발행)에는 가족과 지인들이 기억하는 고인의 모습, 고인이 남긴 글과 인터뷰 등이 담겨 있다. 고인이 중학교 때부터 써 온 일기와 그림, 아내에게 보낸 편지 등 개인적인 모습도 담겨 있다.
판사로서 그는 인권을 강조한 판결을 남겼다. 선임병의 가혹행위로 자살한 육군부대 이등병에 대해 직무수행과 관련이 깊다며 국가유공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고,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인 배우자가 중국에 두고 온 성인 자녀를 한국에 초청하는 것을 법무부가 막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반면 고위공무원과 재벌에 대해서는 엄격했다.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때 직계 존비속이 재산등록을 거부할 경우 거부 사유와 거부자의 이름을 공개하라고 판결했으며, 재벌가 자녀의 결혼축의금에 증여세가 부과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해 화제가 됐다.
그는 “목숨 걸고 재판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1988년 ‘2차 사법 파동’ 당시에는 사법개혁에 앞장섰고 뜻을 함께 했던 판사들과 이후 우리법연구회를 만들었다. 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 지인들은 발간사에서 “한기택을 우리 곁에 두고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책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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