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동 고시원 화재사고로 변을 당한 희생자들의 사연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9일 고시원 좁은 방에서 피곤한 몸을 뉘었다가 두 번 다시 깨어나지 못하게 된 고 손경모(42)씨는 전형적인 ‘생계형 기러기 아빠’였다. 잡화점을 운영하던 손씨는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자 2년 전 살던 아파트를 팔아 부인에게 피부마사지실을 차려주고 자신은 운전연수 일을 시작했다.
피부마사지실에서 지내기가 어려워진 손씨는 1년여 전부터 이 고시원에서 홀로 기거했다. 돌볼 손길이 없었던 쌍둥이 딸은 지방의 외가에 맡겨야 했다. 손씨가 고시원에서 기거하며 번 돈은 1개월에 150만원 남짓. 하지만 그는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언젠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 날을 그리며 의욕을 꺾지 않았다.
친구 병문안을 갔다가 변을 당한 고 장수진(22)씨는 갓 돌이 지난 아기를 둔 새댁으로 밝혀져 가슴을 아프게 했다. 장씨는 화재가 난 고시원에 거주하던 친구가 몸이 아프다는 소식에 병문안을 갔다가 빈 방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자리를 비웠던 장씨의 친구는 “나 때문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장씨의 남편은 “애도 낳고 이제야 우리 가족이 행복한 날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울먹였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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