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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조의 잔상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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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노조의 잔상효과

입력
2006.07.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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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돌아가는 영화 화면 속에 300분의 1초라는 짧은 순간 "콜라와 팝콘을 먹어라"는 메시지를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찰나의 순간이라 관객들은 메시지를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콜라와 팝콘 매출은 갑자기 늘어난다.

하부 잠재의식에 특정 메시지를 주입하면 원하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서브리미널(subliminal) 효과다. 이 이론은 1957년 미국의 한 마케팅전문가가 극장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주장, 당시 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인간의 의식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논란 끝에 결국 실험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 그러나 광고 선전 분야에서는 유사한 시도들이 끊이지 않는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의 TV광고는 민주당을 비방하는 일련의 단어들을 보여주면서 'Bureaucrats'(관료주의자) 대신 맨 마지막 부분, 즉 'Rats'(쥐)만 나오는 장면 하나를 슬쩍 삽입했다.

유권자의 잠재의식에 '민주당=쥐새끼'라는 메시지를 남기려는 비열한 시도였다. 이처럼 우리 눈이 인식한 그림이 망막에 오래 남아 있는 현상을 잔상(殘像)효과라고 한다. 동영상은 잔상효과를 이용해 연이은 정지화면을 고속으로 돌려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이게 한다.

▦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온 정성을 쏟았다. 지금은 그 때만큼 열기가 뜨겁지는 않지만 해외 설명회(IR), 투자기업에 대한 지원 등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올해 책정된 예산만 1,000억원을 휠씬 넘는다.

최근에는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한국투자 설명회를 열어 상당한 투자약속을 받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가까스로 붙잡은 투자자가 국내 산업단지의 심장부인 울산과 포항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노조의 과격한 투쟁을 본다면 다시 생각을 바꾸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

▦ 1주일 넘게 포스코 본사를 무단 점거하고 경찰에게 끓는 물을 끼얹는 포항 건설노조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건의서 채택을 요구하는 울산 민주노총의 총파업, 12년째 거르지 않는 파업으로 자동차 수출 중단을 초래한 현대자동차 노조 등 한국의 노동운동은 시간을 거꾸로 가고 있다. 법과 상식을 저버린 지 오래다.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국내든 국외든 투자가 절박한 경제에 비수를 꽂는 자해행위다. 그들에게는 한 판 벌이고 끝나는 무용담으로 남겠지만 기업인들에게는 뇌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잔상이 될 것이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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