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을 돌리다 TV홈쇼핑 건강 관련 광고를 보면 광고의 절반은 비만에 관련한 것이고 나머지 절반은 관절염에 관한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 수명이 약 80세에 이르는 등 고령화가 폭 넓게 진행되면서 무릎과 엉덩이 관절의 퇴행성 관절염(골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병은 시나브로 진행되지만 그 고통은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다리가 아프니 제대로 걷지 못해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가 없다. 또 이 결과 운동량이 적어지니 전체적인 몸도 차츰 쇠약해지게 된다.
이러한 관절염의 치료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어떤 방법이든 관절의 통증을 없애고 관절의 기능을 좋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 수술하지 않는 방법은 통증을 가라 앉힐 수는 있어도 이 질환의 진행과정을 막지는 못한다. 반면 환자들의 마음은 일단은 수술만은 피해보고 싶은 것이다.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해도 환자들은 대부분 “조금만 조금만 더”라고 하면서 약에 의존해 보려 한다.
수술에 따른 고통이 부담스러운 탓이다. 하지만 약을 제대로 알고 쓰지 않으면 병은 낫지 않고 그 부작용 때문에 더 많은 고생을 할 뿐이다.
관절염의 치료약으로 가장 대표적이고 널리 쓰는 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인데, 큰 부작용 없이 복용할 수 있으며 종류도 다양한 만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할 경우 위장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생기는 사례도 있다.
가장 강력한 항염 효과를 가진 것은 스테로이드 즉 부신피질 호르몬 제재이다. 약의 효과는 좋지만 장기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큰 약이다. 스테로이드는 원래 우리 인체 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정도의 찬사를 듣는 약제이다. 그러나 장기간 복용하면 얼굴과 목 뒤로 살이 쪄 얼굴이 둥글게 변한다. 또한 피부가 얇아지고, 멍도 쉽게 든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이 생겼다고 약을 금방 중단해 버리기도 쉽지 않다. 이 약제를 투입하는 동안 우리 몸은 이 호르몬을 자체 생산하는 기능이 약해져 버리기 때문에 호르몬 부족 증상이 생기게 된다.
간혹 이 약의 뛰어난 항염 효과를 바라고,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이 약을 구입해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요즈음 널리 쓰이는 식품 보조제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은 의학적으로는 관절염을 변화시킨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환자의 반 정도에서 통증이 감소되는 효과를 봤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6주 이상 장기간 복용할 경우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나, 3개월 이상 복용해도 통증이 없어지지 않으면 중단하는 게 현명하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관절의 연골을 재생시킨다는 근거는 없으므로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 복용하는 것도 올바른 처방이 아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좋아지지 않는 말기의 골관절염에 대해서는 현재는 인공관절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다. 앞으로는 세포배양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방법 등이 실용화 되어 살아있는 연골과 뼈가 재생돼 관절염에 대한 걱정 없이 여생을 즐기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화의대 동대문병원 정형외과 김준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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